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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컬링 인기 이제 막 시작인데…왜 이런 일이

여자컬링 인기 이제 막 시작인데…왜 이런 일이

입력 2014-03-28 00:00
업데이트 2014-03-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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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코치가 폭언·성추행했다” vs 코치 “그런 의도 아니다”불협화음이 문제…사전 감지 못한 도·도체육회도 책임

세계선수권대회 ‘4강 신화’를 재현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신미성, 엄민지, 김은지, 이슬비, 스킵(주장) 김지선, 최민석 코치.  연합뉴스
세계선수권대회 ‘4강 신화’를 재현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신미성, 엄민지, 김은지, 이슬비, 스킵(주장) 김지선, 최민석 코치.
연합뉴스


”진지하게 해라. 이럴 바에는 차라리 관둬라.”

2013년 12월 20일 이탈리아 트렌티노에서 열린 제26회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결승전 직전 경기도청 소속 여자국가대표팀 최모(35) 코치는 선수들에게 이런 말과 함께 폭언을 했다.

이 대회에서 여자컬링 대표팀은 러시아에 4-8로 패해 은메달을 땄다. 한국 여자컬링 사상 동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은 처음이었다.

경기도와 도체육회 합동조사단이 김지선(27), 이슬비(26), 김은지(24), 엄민지(23) 선수들을 상대로 조사해 28일 밝힌 최 코치의 폭언 관련 내용의 일부다.

선수들은 최 코치가 폭언과 성추행을 하고 포상금 기부를 강요했다며 최 코치에게 최근 집단 사표를 제출했고, 이 문제가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여자컬링팀 창단과 지원에 힘을 쏟아온 도청과 도체육회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번 사태가 비인기 종목인 컬링에 대해 샘솟는 국민의 관심과 사랑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은 국가대표로 러시아 소치올림픽과 캐나다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선전하면서 아이돌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도는 여자컬링팀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도록 의정부시에 전용컬링장 건립을 추진할 정도로 컬링팀에 무한 사랑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여자컬링팀 코치가 선수들에게 폭언과 성추행을 하고 포상금 기부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여자컬링선수들과 최 코치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도와 도체육회는 문제가 불거진 전날 저녁 선수들과 가족을 만나 조사를 벌였다. 이튿날인 28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최 코치를 만나 4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자칫 내버려 뒀다가는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확산될 거라는 생각에 서둘러 진상조사에 나선 것이다.

조사결과 선수들이 문제 삼은 최 코치의 발언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최 코치는 자신의 발언사실은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유니버시아드 결승전 직전 한 말도 최 코치는 폭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 손을 잡고 “내가 손잡아 주니까 좋지”라고 한 것도 화이팅을 불어넣은 격려차원이지 성추행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는 최 코치가 손을 잡은 선수가 아닌 제3의 선수가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최 코치는 도 합동조사단에 “난 성추행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동과 말이 선수들에게 잘못 전해졌다는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선수당 700만원씩 지급될 예정인 소치 동계올림픽 포상금 강제 기부 논란에서는 선수들과 최 코치의 생각이 확연히 갈린다.

최 코치는 “중고교 후배 주니어 컬링팀이 어려우니 장비를 사게 각자 100만원씩 희사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수 2명이 이의를 제기했고, 최 코치가 “우리가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라”며 질책했다.

선수들은 이를 강요로 느꼈고, 최 코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심동체’로 훈련에 매진해야 할 선수들과 코치 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도는 선수와 코치 간 불협화음이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2012년 6월 도청 여자컬링팀을 창단하면서 데려온 최 코치가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함께해 온 여자선수들과 ‘코드’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을 예전 스타일대로 강압적으로 훈련시킨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그런 게 안 통하지 않으냐”면서 “최 코치가 나쁜 사람은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 코치는 경기도 합동조사단의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경기도는 “최 코치가 ‘내 뜻이 그런 것이 아닌데 선수들이 그리 느꼈다면 그런거죠’라며 ‘쿨하게’ 인정했다”고 전했다.

다른 도 관계자는 “선수들이 지금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라면서 “최 코치의 사임을 전제로 사표를 비공식적으로 낸 만큼 모두 반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의 발 빠른 사태봉합에도 선수와 코치 간의 갈등이 곪아 터질 때까지 도와 도 체육회가 미리 알지 못하고 치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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