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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질주’ 송파 버스사고 여전한 미스터리

‘의문의 질주’ 송파 버스사고 여전한 미스터리

입력 2014-03-29 00:00
업데이트 2014-03-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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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사고 직전 버스 운전기사의 운전 모습과 버스 내부·정면 등의 상황이 담겼다. 사진은 버스가 1차 충돌 후 계속 달리자 승객이 운전사를 제지하는 모습.  송파경찰서 제공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사고 직전 버스 운전기사의 운전 모습과 버스 내부·정면 등의 상황이 담겼다. 사진은 버스가 1차 충돌 후 계속 달리자 승객이 운전사를 제지하는 모습.
송파경찰서 제공
송파 버스 연쇄 추돌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29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운전기사 염모(60)씨의 졸음운전을 1차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2차 사고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염씨가 1차 사고 전 1시간 23분 동안은 계속해서 졸았지만 3대의 택시를 연달아 들이받은 이후에는 졸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원된 CCTV를 보면 염씨는 상체를 크게 흔들며 운전대를 조작하고 행인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등 사고를 피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버스 제조사인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한 번도 소환조사 하지 않았다.

◇ 운전자 부주의 가능성

문제의 3318번 버스는 현대뉴슈퍼에어로시티 초저상SE 기종으로, 지난해 3월 출고된 새 차다.

사고 전날 받은 안전점검에서도 문제가 없었으며, 지난 21일 경기도 광주시 소재 모 공업사에서 받은 국과수 1차 감정에서도 브레이크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로부터 1차 사고 이전에는 사고 버스에 대한 기기 결함이 없어 보인다는 감정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차량에 결함이 없다면 운전기사 염씨의 부주의가 유력한 사고 원인이 된다.

타코그래프 기록을 보면 염씨는 1차 사고가 일어나기 22초 전 단 8초 동안에만 브레이크를 밟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염씨가 극도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1차 사고를 일으킨 후 그로 인한 당혹감으로 가속페달을 제동장치로 착각하고 밟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장회 도로교통관리공단 서울지부 사고조사 연구원은 “염씨가 운전대를 움직이는 것 외에는 잠실역 사거리에서의 우회전 이후에 브레이크 작동 등 다른 방어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CCTV 상 나와 있다”고 말했다.

◇ 추돌 충격에 브레이크 파손 가능성

그러나 운전자 부주의로 사고 원인을 결론짓는다면 정황상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염씨는 1차 추돌 이후 행인이나 차량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차선을 넘나들며 지그재그로 버스를 모는 등 최대한의 방어 운전을 했다.

1차 사고 당시 시속 22㎞였던 속력이 마지막 2차 충돌 순간 시속 78㎞까지 치솟는 3분여 동안 운전자가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다는 추론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국과수는 1차 사고에서 2차 사고 사이에 브레이크 또는 가속 페달의 결함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1차 사고의 충격으로 브레이크 등 주요 장치가 파손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1차 추돌의 충격으로 차량의 주요 장치에 결함이 생겼음을 유추할 수 있는 징후는 디지털운행기록계(타코그래프), 차량 내 부착된 GPS 등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타코그래프는 초 단위 운행 시간대별로 속력과 기어비,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기록한 것으로, 3318번 버스의 타코그래프에는 잠실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서 펜스에 부딪힌 순간까지만 기록돼 있다.

GPS는 1차 추돌 사고 당시 꺼졌다. GPS와 타코그래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정도의 충격을 받은 차량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아도 차는 멈추지 않았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에 기기 결함이 없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1차 사고 이후 2차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엔진 가속이나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보강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우회전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표시의 등이 켜진 것이 CCTV로 확인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등이 1초가량 잠깐 들어왔을 뿐 지속적으로 켜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회전하며 염씨의 발이 살짝 스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급발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3318번 버스는 1차 사고 이후 3분여 만에 속도가 시속 5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아서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운전자 의지와 상관없이 차가 급가속하는 ‘급발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버스는 무게가 무겁고 관성이 붙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이 때문에 3318번 버스의 속력 증가 행태를 보면 급발진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버스는 잠실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서 펜스에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속력이 줄지 않았다. 오히려 2차 추돌 순간에는 78㎞/h까지 치솟았다. 이는 버스 최고속력으로 알려진 80㎞/h에 근접한 수준이다.

김 교수는 가솔린엔진 기반의 자동변속기, 급가속, 사고 당시에는 오작동하던 브레이크가 사고 이후에는 정상 작동한 점 등 급발진 사고의 일반적인 특성을 언급하며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급발진 등 차량 결함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충실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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