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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문 국정원의 조작행위…폭로 전날까지 위변조

꼬리 문 국정원의 조작행위…폭로 전날까지 위변조

입력 2014-04-01 00:00
업데이트 201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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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서 드러나…국정원 사무실서 中공안 명의 팩스 발송

국가정보원이 우리 외교라인은 물론 중국 공안당국까지 농락하며 간첩사건 증거를 조작하려 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국정원은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부가 문건들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중국대사관에 사실조회를 요청해놓은 상황에서도 또다른 문서를 위조했다.

◇팩스 바꿔치기…놀아난 선양 영사관 = 국정원과 검찰이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드나들었다는 믿을 만한 서류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증거로 낼 만한 서류를 입수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자 국정원은 정상적인 경로를 포기하고 ‘팩스 바꿔치기’라는 편법을 꾸며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선양(瀋陽) 총영사관을 통해 지린(吉林)성 공안청에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요청했으나 “전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3개월 뒤 ‘대공수사 베테랑’ 권모(51) 과장은 2012년 11월 비공식 경로로 입수해둔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국정원 소속인 이인철 영사에게 공증받아 검찰에 제출했다. 공판검사는 이마저도 발급날짜와 관인이 없다며 재판부에 내지 않았다.

국정원 비밀요원 김모(48·구속기소) 과장은 지난해 10월 중국 내 또다른 협조자 김모씨를 통해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을 다시금 입수했다.

하지만 이 기록 역시 비정상적인 루트로 입수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검찰은 이 기록을 실제로 중국 당국이 발급했는지 검증하기 위해 선양 영사관에 공문을 보냈다. 입수 과정의 문제점이 들통날 위기에 몰린 것이다.

김 과장과 권 과장은 선양 영사관에서 보내는 확인요청 팩스를 허룽시 공안국 담당자가 받아보지 못하도록 중간에서 가로채고 회신 공문을 위조해 팩스를 바꿔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2일 이인철 영사에게 “중국시각 오전 10시30분 허룽시 공안국으로 발급사실 확인요청 공문을 발송하라”고 시간을 일러줬다. 미리 국정원의 연락을 받고 허룽시 공안국에서 대기하던 신원 미상의 인물은 이 영사의 팩스를 빼돌렸다. 실제로는 허룽시 공안국의 누구도 이 영사의 확인요청 공문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다음에 김 과장 등은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회신 공문을 위조해 이 영사를 거쳐 검찰에 전달해야 했다. 결국 인터넷 팩스(웹팩스)를 이용해 허룽시 공안국에서 직접 발송한 것처럼 꾸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 영사에게 팩스가 전송될 시간을 알려주며 “대검에 신속히 회신하고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11월27일 오전 10시20분 허룽시 공안국 명의로 위조한 회신 공문을 웹팩스로 선양 영사관에 보냈다.

허룽시 공안국 관인이 찍힌 회신 공문을 받은 이 영사는 검찰에 ‘허룽시 공안국이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외교전문을 작성하고 회신 공문을 첨부해 보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치밀하지 못했다. 웹팩스로 보낸 문서에 허룽시 공안국의 팩스가 아닌 엉뚱한 번호가 찍힌 것이다.

실수를 알아챈 김 과장 등은 20분 뒤인 10시40분 허룽시 공안국 대표번호로 재차 팩스를 보낸 뒤 이를 검찰에 다시 제출하라고 이 영사에게 지시했다. 김 과장은 국정원 사무실에 앉아 자신의 부인 명의로 가입한 인터넷 팩스업체를 이용해 위조문서를 보냈다.

앞서 첫 번째 팩스를 증거로 제출했던 공판 검사는 이 영사가 며칠 뒤 다시 보낸 두 번째 팩스도 증거로 채택해달라며 재판부에 냈다.

◇국정원, 변호인측 출입경기록 변조 시도 =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까지 국정원이 변호인측 출입경기록을 변조해 재판부에 제출하려 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김 과장은 지난달 초 협조자 김모(61·구속기소)씨에게 출입경기록과 공증서 위조를 부탁했다. 양측 문서의 진위를 놓고 법정에서 계속 공방이 벌어지자 이번에는 아예 변호인이 낸 출입경기록의 일부를 고치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달 6일 김 과장이 건넨 변호인측 출입경기록 사본을 가지고 중국 칭다오(靑島)로 건너가 위조업자를 찾았다.

김씨는 우선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명의인 출입경기록 사본을 스캔하고 ‘출입경 내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석을 지웠다. 대신 김 과장이 일러준 대로 ‘유우성이 2006년 5월27일 입경(중국에 들어옴)한 뒤 당일 출경(북한으로 나감)했다’는 내용의 주석을 새로 달았다.

당초 국정원이 입수해 재판부에 제출된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허룽시 공안국 명의로 돼 있었다. 두 기관의 발급권한을 놓고 논란이 일자 이번에는 변호인측 문건을 입맛대로 고친 것이다. 김씨는 위조업자에게 옌볜주 공안국 관인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날인했다.

중국 당국의 공증을 거친 것처럼 꾸미려면 공증서 번호와 옌볜주를 관할하는 지린성 외사판공실의 인증서가 필요했다. 김씨는 지인 리모씨의 운전면허증 공증서 번호와 인증서를 이용하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달 9일 지린성 성도인 창춘(長春)시의 공증처에서 리씨의 운전면허증을 공증받았다. 사흘 뒤에는 지린성 외사판공실에서 인증서를 직접 챙겼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칭다오의 위조업자를 다시 찾아갔다. 이 공증서 번호와 인증서를 이용해 ‘출입경기록의 원본과 사본이 일치하고 인장, 내용이 확실함을 증명한다’는 내용으로 공증서를 위조했다. 이 공증서와 번역본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공증서도 꾸몄다. 여기에 창춘시 공증처와 담당 공증인의 가짜 인장이 찍혔다.

김씨는 이를 권 과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가짜 공증서 2건을 만들어 출입경기록 위조 작업을 모두 마친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유씨 변호인은 검찰측 문서 3건이 위조됐다는 중국대사관의 사실조회 회신을 공개하며 국정원의 증거조작을 폭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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