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어 세월호참사…발길끊긴 관공서 식당가 ‘울상’

AI이어 세월호참사…발길끊긴 관공서 식당가 ‘울상’

입력 2014-04-23 00:00
업데이트 2014-04-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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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근신 분위기에 매출 급감…”종업원 월급 못주고, 문 닫을 판” 한숨

공무원들이 주요 고객인 관공서 주변 식당가가 요즈음 울상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공직사회의 근신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충북도청을 비롯한 충북의 관공서 주변 식당가는 오래 전 예약된 저녁 회식조차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공무원들 스스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분위기인데다가 이시종 지사가 최근 “경건한 마음으로 술자리를 자제하라”고 금주령까지 내리면서 술자리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석달간 계속된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손님이 줄어든데다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면서 오리고기 전문점들은 아예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도청 부근 식당에서 오리전골 등을 파는 A씨는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되고, 술 손님은 아예 없다”며 “장사가 안 돼 종업원들을 내보내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AI 파동 때 저녁 손님이 없다 보니 종업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했다”며 “날씨가 풀리면서 손님이 좀 늘어나는가 싶었는데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점심 손님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오리 전문점 주인 B씨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B씨는 “공무원들이 오리고기 소비 촉진에 나설 때는 정작 오리가 없어 영업을 못했는데, 이제는 저녁때 식당을 찾는 공무원들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충북에서는 지난 1월 28일 진천군의 오리 사육농가에서 AI가 발생,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것을 시작으로 AI가 잇따라 발생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 달 가까운 기간 오리 93만6천여 마리, 닭 87만3천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오리 전문점이 아닌 일반 식당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도청 부근의 한 고깃집 주인 C씨는 “술 손님은 아예 없고, 식사 손님도 크게 줄었다”며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TV를 보면 안타까운 심정인데 손님마저 뚝 끊겨 장사가 안 되니 더욱 착잡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어 요리 식당 주인 D씨도 “저녁때 술과 안주가 팔려야 매출이 오르는데 요즈음에는 7천∼8천원 하는 점심 먹으러 오는 손님이 고작”이라며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다 보니 가게가 어렵다는 내색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서 주변 식당들도 형편이 어렵기는 관가 주변과 다르지 않다.

충북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음주나 회식을 자제하고, 협력단체와의 회식을 일절 금지한다’는 취지의 내부 지침을 시달하면서 경찰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청주 상당경찰서 인근의 식당 주인 E씨는 “세월호 사고가 터진 당일 저녁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흥덕경찰서 부근의 한 식당 주인은 “국가 재난이 발생했다고는 하지만 영세 식당들이 곤경에 처한 사정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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