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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12년째 구타 후유증 정신질환 여전…절망적”

“제대 12년째 구타 후유증 정신질환 여전…절망적”

입력 2014-08-08 00:00
업데이트 2014-08-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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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이모씨 1년여 폭행·가혹행위 당해…노모 “내 아이 인생 망쳤다”

“후유증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어요. 앞으로 회복될 날이 오기는 할지…지금은 절망적입니다.”

경남 밀양에 사는 유영자(69·여)씨는 8일 대낮 방 한구석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군에서 상습 구타를 당한 아들이 만기 제대를 하고 유씨 품으로 돌아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들은 입대 전 건강하던 모습을 되찾기는 커녕 완전히 딴 판이 돼 버렸다.

유씨 아들 이진욱(34·가명)씨는 2000년 8월 육군 모 부대 밀양대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뒤 선임 권모(당시 24)씨로부터 1년여간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권씨는 돈이나 담배가 없다는 등 이유로 하루에도 수차례 군홧발로 이씨 다리를 짓밟거나 머리를 때렸다.

보초를 서는 이씨 뒤에서 손에 쥔 돌멩이로 갑자기 등을 내려치거나 코 푼 휴지를 이씨 식판에 던지기도 했다.

다른 병사들과는 못 어울리게 하는 등 ‘왕따’도 시켰다.

구타가 계속되면서 이씨는 언제부턴가 부쩍 멍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말수가 적어졌다. 여기에다 손을 심하게 떠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군 생활 도중에도 이 씨는 수차례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2002년 8월 전역 이후에도 이상 증세는 계속됐다. 한동안 양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유씨는 이씨가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학 복학도 시켜보고 컴퓨터·공무원 학원 등에도 보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유씨는 “제대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은 더 나빠졌다”며 “뭐 하나 혼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가슴을 쳤다.

군 폭행 사건 이후 대인기피증,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이씨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취직을 하고 가정을 이룰 나이가 됐지만 아직 자립은 엄두도 못낸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아들은 홀로 멍하니 방바닥에 앉아 종이에 알 수 없는 낙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콧물이 흘러도, 자다가 오줌을 지려도 닦거나 치울 생각을 못한다.

때때로 고함을 지르거나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년 넘게 이런 모습을 지켜본 유씨는 아들이 순간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안정제를 복용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유씨는 “의사가 ‘오늘 내일 나을 수 있다고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마음을 비워라’고 말했다”며 “세월이 많이 흘렀건만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제일 힘들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 씨는 다행히 군에서 상습 폭행을 당한 점이 인정돼 2005년 국가유공자 6급 판정을 받았다.

매달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노모와 아들이 생계를 잇고 병원비를 대는 데 작은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이씨를 정상 생활로 복귀시킬 체계적인 치료나 직업 훈련 등 지원은 전무하다.

칠순을 바라보는 노모는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날 일만 생각하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유씨는 “군에서 보낸 2년의 시간이 한 아이의 인생을 영원히 망쳐버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아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피해자들을 나라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회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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