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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어선 ‘에어포켓’에서 100분만에 구조됐다

뒤집힌 어선 ‘에어포켓’에서 100분만에 구조됐다

입력 2014-08-13 00:00
업데이트 2014-08-1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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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해경구조대, 거제 사고 어선 침실서 선원 3명 구조

“밖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죠. 구조를 기다리다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요.”

지난 12일 오후 어선 침실에서 잠을 자다 사고로 전복되는 바람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에어포켓’ 덕분에 목숨을 건진 선원 윤모(35)씨는 100분가량을 물 속에서 버티게 해준 에어포켓을 천행(天幸)으로 여겼다.

비록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냈지만 위험을 무릅쓴 채 포기하지 않고 수중 구출작전을 감행해준 해군과 해경 구조대가 한없이 고맙기만 했다.

12일 오후 4시 30분께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도(해금강) 남쪽 0.7마일 해상.

전남 완도로 향하던 59t급 꽃게잡이 어선 침실에서 잠을 자던 선원 8명은 ‘쾅’ 소리에 눈을 떴다.

배는 순식간에 90도 가까이 기울었고 불과 몇 초 뒤 ‘쾅’ 하는 2차 굉음과 함께 배는 완전히 뒤집혀다.

선원 침실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선에는 선장 허모(51)씨와 선원 10명이 타고 있었다.

통영해경은 이 어선이 같은 해역을 지나던 예인선과 바지선을 연결한 강철 예인줄에 걸린 데 이어 바지선 선수부위 왼쪽과 한 차례 더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눈깜짝할 사이 사고가 나자 침실에 있던 선원 8명은 선체 내부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갑판 아래 선원 침실은 지하 1층과 지하 2층 등 두 곳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선원 대부분은 지하 2층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 1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출입구는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고 온갖 부유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생존 선원들은 침실 옆 기관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매연 유입으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선원들은 선체를 두드리는 망치 소리와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선실 벽을 주먹 등으로 때리는 등 사력을 다해 버텼다.

그러나 선원 침실에 가득한 매연 때문에 하나 둘 의식을 잃어갔다.

지하 2층 선원 침실에서 구조된 선원 윤 씨는 “처음에는 동료들이 서로 고함도 치고 짐도 챙기는 등 아수라장이었는데 차츰 조용해졌다”며 “나도 어느새 의식을 잃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영해경 122구조대와 해군 해난구조대(SSU) 등은 사고 발생 한시간여 만인 오후 5시26분께 선체 진입에 나섰다. 수중 수색에는 구조대원 38명이 동원됐다.

해경 122구조대 문병국(37)·한영삼(30) 경장도 현장 이동 중에 장비를 착용하고 도착과 동시에 바다로 뛰어들었다.

기상과 수중 시계는 양호했지만 선체 내부 상황은 엉망이었다.

어선이 비교적 작았던 탓에 통로도 너무 좁았고 담요 등 온갖 부유물들이 구조에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고 어선이 수심 50m 아래 해저로 가라앉지 않았고 조류 등 영향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구조대원들은 라이트를 켜고 손으로 사방을 더듬어 가며 기관실을 거쳐 지하 1층과 2층의 선원 침실로 진입했다.

구조대원들은 선내 공기층인 ‘에어포켓’에 기대를 걸었다.

수색이 시작된지 40분 뒤인 오후 6시가 넘어 선원들이 구조되기 시작했다.

구조대가 진입했을 당시 지하 2층 선원 침실에는 높이 2m 가로·세로 3m 정도 크기 에어포켓이 발견됐다.

그 속에서 윤모(35)씨 등 선원 3명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다.

전복 사고로 천장이 된 선체 바닥 너머에는 공기가 남아있었고 멀리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들을 처음 발견한 문병국 경장은 “산소 호흡기로 숨을 쉬게 한 뒤 다른 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선체 외부로 구조했다”며 “산소는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매연이 심했고 선원들이 구조대원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에어포켓에서 발견된 선원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이모(43)씨 등 침실에 있던 나머지 선원 5명은 에어포켓이 없는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조타실에 머물다 사고 충격으로 바다에 빠진 선장, 갑판장 박모(42)씨, 선원 정모(30)씨는 마침 인근을 지나던 해경 경비함정에 구조됐다.

선장 허씨는 해경 경비함정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구조작업은 사고 발생 3시간여 만인 오후 7시24분에 완전히 마무리됐다. 어선에 탄 11명 중에 6명이 숨지고 5명이 구조됐다.

사고 어선 갑판장 박모(42)씨는 “우리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숨진 동료들을 생각하면 기쁜 줄도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통영해경은 사고 어선을 인근 항구로 옮겨 정확한 사고 경위와 운항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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