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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도 ‘살려주세요’ 애원하다 숨진 윤 일병

마지막 순간도 ‘살려주세요’ 애원하다 숨진 윤 일병

입력 2014-08-31 00:00
업데이트 2014-08-3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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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목격자 김 일병 진술로 본 ‘윤 일병 사건 당일’

“살려주세요…”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본 것일까.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지난 4월 6일 숨진 육군 28사단 의무대 윤모(22) 일병은 숨지기 2∼3일 전 기마자세로 가혹행위를 당할 때 이렇게 애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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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7일 선임병들 집단구타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위패가 국립서울 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되어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지난 4월 7일 선임병들 집단구타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위패가 국립서울 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되어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이모(26) 병장 등 가해자들도, 이를 본 목격자도 윤 일병이 계속 구타를 당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목격자 김모 일병의 진술조서에는 비정한 선임병들의 잔혹한 악행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이 의무대로 배치받기 전부터 천식 증세로 의무대에 입실해 그가 폭행당하고 숨지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핵심 목격자다.

해당 진술조서는 지난 13일 군 검찰이 전역한 김 일병을 찾아가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작성됐다.

지난 4월 6일 오후 4시, 김 일병은 떠들썩한 소리에 잠을 깼다.

또다시 이 병장과 하모 병장, 이모 상병, 지모 상병 등 선임병들이 김 일병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만두와 닭튀김을 먹던 중 이 병장이 ‘음식을 왜 쩝쩝거리면서 먹느냐’며 윤 일병의 입에 음식을 밀어 넣으며 가슴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 병장이 ‘나만 이렇게 화가 나는 거냐’라고 하자 하 병장 등 다른 선임들도 주먹질에 가담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지 상병은 인근 포병부대 쪽 문에, 이 상병은 외부로 향하는 문쪽에 서서 망을 봤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은 외부에서 식사하지 못했고, 종교행사에 가는 것도 선임들이 막았다”고 진술했다.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이런 폭행을 당해 외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가해자들이 힘이 빠지면 교대를 해가며 엎드린 윤 일병의 배를 걷어차는 등 폭행의 강도는 높아졌고,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침상을 오르내리도록 하는가 하면 의무대 안을 뛰어다니게도 했다.

김 일병은 이때 ‘저렇게 맞다가는 맞아서 죽든지, 윤 일병이 자살해서 죽든지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병장과 이 상병은 평소에도 윤 일병에게 ‘너 계속 이러다가 맞다가 죽는다. 네가 제대로 해야 안 맞잖아’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김 일병은 증언했다.

사건 초기 군은 윤 일병이 목에 음식물이 걸려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목격자 김 일병의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윤 일병이 뺨을 맞을 때 음식물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고, 그가 침상에서 헐떡일 때에도 음식물이 목에 걸려서 숨이 찬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김 일병은 말했다.

윤 일병이 침상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이 먹고 싶다’고 하자 이 병장은 3초를 줄 테니 물을 먹고 오라고 했다.

윤 일병은 필사적으로 뛰어가려 했지만 3초 안에 물을 마시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다시 주먹질이 계속됐고, 결국 윤 일병은 다리가 풀려 소변을 지리며 침상에 쓰러졌다.

윤 일병이 사경을 헤매며 마지막으로 웅얼거린 말도 ‘살려주세요’였다고 김 일병은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이 병장, 이 상병, 지 상병은 돌아가면서 배와 가슴 등을 때렸고, 윤 일병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제야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등 윤 일병을 살리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윤 일병이 폭행당하기 불과 두 시간 전까지 선임들은 그에게 비타민 수액을 주사했다고 한다.

5∼6시간 맞아야 하는 주사지만 선임들은 투여액을 늘려 2시간 만에 주사를 마쳤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이 사망하기 2∼3일 전부터 폭행이 매우 심각해졌고, 주사를 준 것도 윤 일병이 예전과 달리 허약해지고 비실비실해지는 느낌이 나서 그런 것 같다”고 진술했다.

비정한 선임들은 자신들이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병장 등은 김 일병에게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이거 살인죄예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그때 김 일병은 자고 있었던 걸로 하자’고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상병은 다음날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 수첩과 노트의 내용을 찢었고 지 상병은 윤 일병의 물건을 더블백에 담아 어디론가 가져갔다고 김 일병은 진술했다.

3군 사령부 검찰부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가해 병사들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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