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조회 사각지대 ‘도가니’ 원장님

성범죄 조회 사각지대 ‘도가니’ 원장님

입력 2014-10-07 00:00
업데이트 2014-10-0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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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 종사자만 조회 의무화

# 서울의 한 임대주택 부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배모(64)씨는 지난해 6월부터 1년여간 여자아이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8월 구속됐다. 배씨는 어린이집에서 숙제를 봐 준다는 핑계로 아이를 옆에 앉혀 놓거나 무릎 위에 앉게 한 뒤 상습적으로 몸을 더듬었다.

# 지난해 11월에는 미성년자인 학원 수강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학학원 원장 강모(52)씨가 불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학원수강생을 강의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강씨는 1대1 교습 중 마사지를 해 주겠다며 여학생의 어깨와 허벅지 등을 만졌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6198건이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지난해 9721건으로 57% 늘었다. 이 가운데 학교·학원 및 보육시설에서 발생한 성범죄도 2011년 109건, 2012년 82건 등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도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아동 대상 성범죄 집중 단속을 벌여 어린이집 원장 3명과 복지시설 대표 1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아동·청소년이 완벽하게 보호받아야 할 곳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11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2012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종사자의 성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화했지만 학교 교장이나 어린이집 원장 등 시설 및 기관 운영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조회는 임의규정에 불과해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경희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부소장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성범죄 예방은 기관장의 인식과 의지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강제규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운영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아동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은 만큼 미리 범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종사자에 대한 경력 조회는 운영자가 하고 운영자에 대한 조회는 지자체가 하도록 나뉘어져 있다”면서 “본래 둘 다 ‘조회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었지만 2010년 개정안에서 운영자가 경력 조회를 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추가되면서 종사자에 대한 조회가 의무조항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자의 성범죄 경력 조회를 강제하는 의원입법이 발의된 상태인 만큼 국회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력 조회에 그치지 않고 성범죄자들의 교육 현장 근무 및 복귀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4-10-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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