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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문건’에 기업인 불륜·비리 동향도…사찰 논란

‘靑문건’에 기업인 불륜·비리 동향도…사찰 논란

입력 2015-01-06 15:41
업데이트 2015-01-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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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친인척·측근 동향 다루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업무와 무관

검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결과, 청와대 밖으로 빼돌려진 문건 속에는 특정 기업인의 불륜 의혹 등 민간인의 사생활을 다룬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6일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박관천 경정이 작성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박지만 EG 회장 측에 건넨 문건 17건 중에는 민간 기업체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이 중 한 문건에는 모 관광업체 대표가 4명의 여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으며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건에는 서울의 모 호텔 회장이 경리 담당 여직원과 불륜관계에 있고 자신의 집무실에서 환각제를 복용한 채 성관계를 갖는 등 문란한 성생활을 즐긴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민간 업체의 비리 동향을 구체적으로 다룬 문건들도 있다. 모 주식회사의 실소유주는 최종 학력이 중학교 졸업으로 추정되는데, 특정 민간단체 회장 등 다수의 관계자들로부터 공천 알선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다른 업체의 경우, 대표가 부인 명의로 토지를 사들이는 과정과 비서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 등에서 불법 혐의가 포착돼 국세청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문건에 담겼다.

해당 업체를 상대로 경찰에서도 불법 금품거래 단서를 잡아 수사 중이라는 내용도 적혀있다.

이런 문건들은 모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인사에 대한 감찰 및 동향 정보를 다루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와는 무관해 보인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를 넓게 해석한다고 해도 특정 기업인의 ‘여성 편력’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으로 보이는 부분들까지 문건에 담았다는 점에서 도를 넘어섰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관련자들이 사법처리까지 됐던 ‘민간인 사찰’이 현 정부에서도 근절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하고 대표이사직 사임을 강요한 사실 등이 드러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이 처벌된 바 있다.

물론 검찰 조사에서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의 ‘윗선’은 이 같은 문건을 작성할 것을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박 경정이 업계 등에서 정보를 다루는 이들과 자주 접촉했다는 점에서 문건 속 기업인 관련 내용들은 박 경정이 ‘정보맨’들로부터 들은 풍문 수준일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그렇더라도 청와대에서 공직 감찰을 담당한 인사들이 민간인의 동향 정보를 다루고 이를 문서화했다는 점은 불법 사찰 논란을 부추길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유출된 문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일반 기업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봤거나 관련 정보를 찾고 있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민간인 사찰로 여겨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상대로 보강 수사를 벌여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 추가 기소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왜 이런 문건을 박 회장 측에 건넸는지를 놓고도 궁금증이 커진다.

17건의 문건 중 일부만 그 내용을 박 회장 측에 알려줬다고 주장하는 조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박 회장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전달한 문건의 성격 등을 감안할 때 조 전 비서관 등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회장 역시 자신이나 대통령 주변 인사에 관한 정보와 거리가 먼 문건 내용들을 조 전 비서관 등을 통해 접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

공적 업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박 회장이 알고 있다면 기업인 사생활을 다룬 문건을 받지 말거나 받았어도 되돌려주면서 거절 의사를 표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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