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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갈등은 누가 중재하나?‘…노인 폭력이 늘어난다

‘사회 갈등은 누가 중재하나?‘…노인 폭력이 늘어난다

입력 2015-05-10 10:37
업데이트 2015-05-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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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도 빈발…가족관계 회복·주변 관심 절실

소개팅에서 무시당했다고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른 60대, 운전 중인 버스기사를 취중에 폭행한 70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 폭력 범죄가 늘고 있다. 사회 갈등을 중재하고 봉합해야 할 노인이 폭력 행사의 당사자로 바뀐 것이다.

노인들은 사소한 마찰과 자극에도 주먹을 휘두른다. 원인은 소외감과 빈곤, 알코올 중독, 경로효친 사상 약화 등이다.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사회상에 맞춰 노인을 제대로 예우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 “왜 무시해”…사소한 것도 못 참고 주먹 앞세워

지난 2월 27일 오전 3시 40분께 인천시 남구의 한 주택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하는 A(65)씨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B(59·여)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고 현금 70만원을 빼앗았다. A씨에게 폭행당한 B씨는 팔이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가 B씨를 때린 이유는 너무나 황당했다. B씨를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집에서 차 한 잔 달라”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사귀려고 많은 시간과 돈을 썼는데 무시당한 것 같고 본전 생각마저 나서 분노가 폭발했다. A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돼 죗값을 치르게 됐다.

청주에서는 지난해 12월 10일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직장 상사를 흉기로 찌른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육가공업체에서 일하던 C(67)씨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직장 상사 D(53)씨를 흉기로 찔렀다. 무시하는 말투로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게 이유다.

배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D씨는 목숨은 구했다. C씨는 경찰에서 “나이도 어린 데 기분 나쁘게 말하고, 무시해 홧김에 그랬다”고 말했다.

◇ “언제 불똥 튈까 불안”…이웃 떨게 하는 ‘노인 주폭’

지난 3월 2일 충북 증평의 시외버스에서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술에 취해 탑승한 70대 남성이 느닷없이 운전중인 기사를 폭행했다. 이 버스는 저녁 7시께 충주를 출발, 청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승객 E(70)씨는 증평군 도안면 화성삼거리 인근을 지날 때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난동을 부렸다.

E씨의 화풀이 대상은 버스 운전기사 F(56)씨였다. F씨에게 욕설과 손·발길질을 마구 퍼부었다. 당시 버스에는 승객 5명이 타고 있어 자칫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다행히 F씨는 길가에 차를 안전히 세우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E씨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전북 김제의 한 작은 마을에서는 70대 ‘주폭’이 온 동네 주민을 공포에 떨게 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8월 20일 동네 식당에서 술에 취한 G(72)씨는 다른 손님과 시비를 벌이다가 만류하는 여주인의 무릎을 깨물고 마구 때렸다.

이런 폭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폭력 전과 6범의 G씨는 술만 취하면 상습적으로 주민들을 위협하거나 폭력을 휘둘러 이 마을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결국 검찰에 탄원을 해 처벌받도록 했다.

◇ 노인 성폭행·성추행도 빈발

지난 4월18일 영남권에서는 80대 할머니를 강간하려다가 숨지게 한 60대 세입자가 구속됐다.

범인은 세들어 살던 한 주택에서 80대의 집주인 할머니와 술을 마시다가 몹쓸 짓을 했다. 강제로 유사강간을 하다가 과다출혈을 일으켜 숨지게 한 것이다.

김씨는 할머니가 피를 흘리며 움직이지 않자 119구급대에 신고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김씨는 “술을 마시고 성욕이 생겨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최근 부산고법에서는 80대 노인의 성범죄 재판이 열렸다. 피고인석에 들어선 H(84)씨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약자로 보였다.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도 약간 굽은데다 몸이 불편해 법원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그의 범죄 행위가 공개되자 방청객들은 경악했다.

H씨는 지난해 10월 장애인 여성(44)을 성추행하고 간음을 시도했다. 자택 인근 산책로에서 술을 마시다가 지나가던 피해자를 불러 얘기를 나누다가 인근 야산으로 데려가 범행을 저질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행인의 제지로 미수에 그친 H씨는 재판 내내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아무런 피해 보상을 하지 않았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3월 말 서울고법 형사10부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I(67)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5년간의 개인정보 공개도 명령했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I씨는 지난해 7월 말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질렀다. 이 아파트에 사는 7살짜리 여자아이를 지하계단으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거주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아파트 경비원이 이를 망각하고 아동을 추행,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 늘어나는 노인 인구…사회 정책은 제자리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662만4천여명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고령인구가 808만4천96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 인구의 증가추세만큼이나 범죄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노인 폭력 증가의 주된 원인은 경제력 상실과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한데 따른 소외감으로 분석된다. 질병이나 건강 악화 등이 겹치면 사소한 자극이나 갈등에도 분노하거나 주먹을 휘두른다.

노인 스트레스나 심리적 부담이 커지는데도 사회적 안전장치나 상담센터와 같은 전문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보화시대에 경로효친 사상이 힘을 잃은 것도 실버폭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잃어가는 노인들의 상실감을 보듬어줄 사회안전망이 미흡하다 보니 이들이 사각지대로 내몰리면서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 큰 문제는 노인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는 점”이라며 “이들의 경제 여건이나 가족관계 회복을 돕는 정책적 노력은 물론 주변의 주의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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