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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앞에 양심 없다” vs “취업 앞에 반칙 없다”

“취업 앞에 양심 없다” vs “취업 앞에 반칙 없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5-17 23:38
업데이트 2015-05-18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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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여전히 잇단 커닝 사건에 ‘홍역’

#1. 서울대에서는 지난달 중간고사 때 두 번의 부정행위(커닝)가 발생했다. 철학과 교양 과목인 ‘성의 철학과 성윤리’와 통계학과 전공 필수 과목인 ‘확률의 개념과 응용’ 시험에서 학생들의 집단 커닝이 있었다. 두 과목 모두 커닝 제보자는 해당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었다. 두 과목 모두 재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정행위자들을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피해 학생들)과 각자 양심의 문제로 종결하자는 의견(담당 교수 처분)이 맞선 것이다.

#2. 지난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민사소송법 중간고사. 2학년 학생 A씨가 커닝페이퍼를 보며 답안을 작성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2013년 학생이 교수 연구실 컴퓨터를 해킹해 사전에 시험지를 빼돌린 초유의 사건을 겪었던 연세대 측은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 A씨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커닝 사건이 연이어 공론화되며 대학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학생들이 내부 고발자가 돼 교수들에게 동료 학생들의 반칙 행위를 고발하는 메일을 보내고, 커닝 처분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 등 ‘스펙’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면서 커닝을 단순한 반칙 행위로만 치부할 수 없는 세태가 된 셈이다. 서울대에서는 피해 학생들이 ‘부정행위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자’고 주장했다. 커닝을 윤리 문제가 아닌 범죄 행위로 보는 인식 전환의 분위기도 엿보인다.

손바닥이나 책상, 벽 등에 예상 답안을 적는 전통적인 수법부터 성적 이의 제기 기간에 채점된 답안지의 답안을 정답으로 세탁하는 등의 신종 부정행위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 당국도 커닝 방지책을 속속 도입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교수나 강사가 직접 시험 감독을 맡고, 시험장 좌석 간 적정 거리를 확보하는 등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했다.

고려대는 ‘무감독 시험’이라는 역발상 방안도 들고 나왔다. 지난 3월 취임한 염재호 총장은 올 2학기부터 시험 감독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 측은 “무감독 시험 참가를 희망하는 교과목의 지원을 받아 시험을 치르기 전 명예서약을 진행하게 된다”면서 “그 대신 부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커닝을 차단하는 가이드라인을 고심 중이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흔했던 커닝이 요즘 들어 특히 공론화되고 문제시되는 것은 취업 등 생존 경쟁이 격화되면서 그에 대한 내부의 분노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5-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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