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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안돼 자살도 안돼” 세월호 희생교원 순직 차별논란

“기간제 안돼 자살도 안돼” 세월호 희생교원 순직 차별논란

입력 2015-05-21 17:49
업데이트 2015-05-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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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 단원고 교원 10명중 7명만 순직 인정기간제 교사 2명은 의사자 지정도 불투명

세월호 사고발생 1년이 지났지만 학생들을 구하다가 희생된 단원고 교원 일부는 아직도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학생들을 구조했으나 이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모(당시 53세) 전 교감의 죽음은 자살이라는 이유로 현행법에서 존중받지 못했다.

두 명의 희생 여교사는 계약직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심사대상에도 오르지 못해 죽음의 무게에서조차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경기도교육청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교원 10명 중 순직인정을 받지 못한 교원은 강 전 교감을 비롯해 모두 3명이다.

인사혁신처 순직심사위원회는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업무 중 숨진 공무원에 대해 고인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정황을 검토한 뒤 공무상 사망 또는 고도의 위험직무 순직으로 구분한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순직이 바로 고도의 위험직무 순직을 말하는데 강 전 교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인사혁신처로부터 공무상 사망만 인정받았다.

이에 유족과 경기교총은 서울행정법원에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마저도 이날 기각됐다.

재판부는 “망인은 세월호 사고 ‘생존자’로 생존자 증후군이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유족과 경기교총 측은 강 전 교감의 자살은 세월호 사고라는 대형참사로 빚어진 결과라며 항소의 뜻을 밝힌 상태다.

강 전 교감의 부인 이미희(51)씨는 “목격자들에 따르면 학생 20명을 구하다가 지병인 저혈당 때문인지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져 구조됐다고 한다”며 “끝까지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애썼던 남편이다”고 강조했다.

경기교총 측은 “외국에서는 자살했다 하더라도 당시 정황 등을 고려해 순직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자살했기 때문에 순직은 안된다는 우리 정부와 법원의 판단은 다분히 법형식적이고 행정관료적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나머지 교원은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김초원(당시 26세·여) 교사와 7반 담임이었던 이지혜(당시 31세·여) 교사다.

두 여교사는 학생들을 지키려다 끝내 희생됐으나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사고 이후 두 교사의 유족들은 관련 기관으로부터 “계약직 근로자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들었으나 교육감 면담 등을 통해 다른 정규교사와 동등하게 순직을 인정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인사혁신처 측은 “두 분은 공무원 시험을 거쳐 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계약직 근로자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이 아닌 산재보상보험법 적용대상이기 때문에 순직처리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순직 인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단 의사자 지정을 신청해둔 상태다.

안타깝게도 이들 교사에 대한 의사자 지정 심의도 증거불충분으로 한차례 보류됐으며 확실한 증거나 증언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 한 지정은 불투명하다.

전교조 경기지부 김석권 대변인은 “기간제 교사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 노력했으나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뾰족한 답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문제”라고 말했다.

공무원 순직심사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도 똑같은 선생님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적용하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순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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