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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딸 갑질로 시작된 ‘땅콩회항’ 사건 전말 169일

오너 딸 갑질로 시작된 ‘땅콩회항’ 사건 전말 169일

입력 2015-05-22 15:50
업데이트 2015-05-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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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심·비난 속에 검찰 수사→구속→재판→석방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2014년 12월 5일 오전 0시50분 미국 뉴욕 JFK공항.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KE086기의 일등석에서 터져 나온 이 고함 한마디에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는 방향을 틀어 탑승구로 되돌아갔다.

멈춰선 비행기에서는 박창진 사무장이 내렸다.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여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으면서 발생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다.

조 전 부사장은 여승무원이 견과류를 봉지째 서비스한 것을 두고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며 화를 냈고, 여승무원과 박 사무장을 무릎 꿇리고 파일철로 손등을 내리치거나 어깨를 밀치기도 했다.

대한항공 ‘오너의 딸’인 조 전 부사장의 이런 ‘갑질’은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블라인드 앱에 빠르게 퍼졌고, 사흘 뒤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여론이 들끓었다. 국토교통부도 사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책임 임원으로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해명을 내놓아 여론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조 전 부사장은 12월 9일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를 꾀했지만 등기이사 직위 등은 유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마저도 ‘무늬만 퇴진’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부사장직도 내려놨다.

이튿날 참여연대는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과 항공보안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접수 하루 만에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하고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까지 나서 딸의 잘못을 공식 사과했지만 싸늘해진 여론은 돌아서지 않았다.

검찰은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조 전 부사장은 12월 30일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2015년 1월 7일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부사장에게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과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의 쟁점은 비행기가 22초간 200m, 지상에서만 이동했는데 항공기 항로변경죄를 적용할 수 있는 지 여부였다.

조양호 회장은 딸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박 사무장 등에게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겠다며 용서를 구했지만 1심 법원은 2월 12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공기 항로변경죄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튿날 바로 항소한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위해 2억원을 공탁했다. 항소심은 항로변경죄를 중점적으로 다퉜고 조 전 부사장 측은 두살짜리 쌍둥이 아이들을 보지 못해 고통스럽고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항소심 법원이 22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143일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앞으로도 인식하면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한 차례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을 외면할 정도의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이런 처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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