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평의회 “이사회 의지대로만 총장 뽑겠다는 뜻” 비판
올 하반기 새 총장을 뽑는 연세대 재단이 총장 후보를 교수들이 투표로 인준하는 제도 폐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학내 갈등이 예상된다.16일 연세대와 교수평의회에 따르면 연세대 이사회는 18대 총장 선출에 앞서 총장 선출제도 소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총장 선출제도를 마련 중이다.
그런데 소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이사회에 제출한 새 선출제도 안에는 교수평의회 인준 절차를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사회는 지난달 열린 정책이사회에서 이 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총장 후보 물색과 심사 등 다른 절차는 변경 없이 기존 방식대로 진행하기로 하면서도 인준 절차 폐지 여부는 추가 논의 후 내달 7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연세대는 1988년 교수들이 직접 투표로 총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이사회가 심의를 거쳐 최종 임명하는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이사회가 직접 선거로 추천된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아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2011년 현 17대 정갑영 총장을 선출할 때 직선제가 폐지됐다. 그 대신 총장 후보 심사위원회가 추천한 복수 후보 중 한 명을 이사회가 지명하면 교수평의회가 투표로 인준을 결정하는 현행 제도가 도입됐다.
교수평의회가 주관하는 인준 투표는 직선제처럼 후보 자체를 교수들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투표를 통과해야만 이사회의 최종 임명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수 사회가 이사회를 견제하는 장치로 통했다.
이사회가 인준 투표 폐지를 검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수평의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수평의회 관계자는 “인준투표를 없앤다는 것은 결국 교수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이사회 뜻대로만 총장을 뽑겠다는 뜻”이라며 “더구나 총장 선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렇게 제도를 바꾸려 드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교수평의회는 일단 이사회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되 인준 투표가 폐지될 경우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인준 투표제 폐지 의도를 구태여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17대 총장 선출제도를 마련할 때부터 이미 예정된 일이었고, 그 이유도 충분하다며 교수평의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단 관계자는 “17대 총장 선출 당시 비공개 문서를 통해 ‘인준투표제는 17대 총장에 한해 시행한다’고 한 당시 이사회 결의를 교수평의회에 전달한 바 있다”며 “이 문건을 공개할 법적 절차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후보 한 명을 두고 찬반을 묻는 인준제에서는 후보자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비전을 한결같이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여 폐지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할 다른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재단은 최근 학교 홈페이지 등에 공고를 내고 내년 2월부터 4년간 18대 총장을 맡을 후보자를 내달 15일까지 추천 또는 지원받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