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트렁크 살인’ 김일곤 “개 안락사 약 내놔” 난동부리다 검거

‘車트렁크 살인’ 김일곤 “개 안락사 약 내놔” 난동부리다 검거

입력 2015-09-17 19:02
업데이트 2015-09-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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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에 주차된 투싼 차량 트렁크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을 살해한 용의자 김일곤(48·전과 22범)이 범행 8일 만인 17일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장소는 빌라 주차장에서 4km 떨어진 S동물종합병원 인근이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이 병원을 세 차례 찾아가 “개를 안락사시킬 약을 달라”며 수의사와 간호사를 흉기로 위협한 뒤 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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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얼굴 들고…
당당히 얼굴 들고… 3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붙잡힌 전과 22범 김일곤(앞줄 가운데)이 17일 얼굴을 든 채 서울 성동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잘못한 게 없다”고 외쳤다.
연합뉴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의 투싼 차량에 타려던 주모(35·여)씨를 납치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공개수배한 김씨를 이날 오전 11시 5분쯤 검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15분쯤 서울 성동구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 S동물종합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한 회색 반팔 티셔츠에 파란색 면바지 차림이었다. 김씨는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만 얼굴은 수배전단과 달리 검게 그을리고 눈동자는 풀려 있었다. 영업 시간인 9시 전부터 주변을 서성였던 김씨는 병원이 문을 열고 원장이 출근하자 “개가 10㎏이 넘는 10살짜리 푸들인데, 아파서 밥도 못 먹는 상황이라 안락사를 시키고 싶으니 약을 달라”고 요구했다. 원장은 김씨에게 개의 상태를 직접 보고 약을 구해야 한다며, 급하면 큰 병원에 가라고 권했다. 병원 문을 나선 김씨는 10시가 되기 전에 다시 돌아와 “와이프가 개를 데려오기로 했으니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후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김씨는 갑자기 복대에 숨겼던 회칼을 꺼내 진료실로 갔다. 김씨는 “다 모여 서. 약 내놓으란 말이야”라고 소리쳤고, 병원 내 미용실 문을 잠근 원장과 간호사는 112에 신고했다.

김씨는 순찰차를 타고 수색 중이던 성수지구대 경찰관과 5분 동안의 격투 끝에 붙잡혔다. 이 장면을 목격한 시민 김모(66)씨는 “그 사람이 살인범 김일곤인 걸 알았다면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했을 것 같다. 처음엔 누군지도 모르고 경찰관이 애쓰길래 김일곤의 다리만 함께 붙들어 제압했다”고 말했다. S병원 간호사는 “칼을 보고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 신고 도중에 말이 안 나와 원장님이 대신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저항하는 과정에서 복대와 주머니 속에 숨겼던 칼 3개 중 하나를 꺼내 들기도 했다. 흉기 외에도 남성용 면도기, 챕스틱, 지갑, 자동차 열쇠 등의 소지품이 발견됐다.

김씨는 수갑을 차고 성동경찰서로 압송된 직후 “잘못한 게 없어요 나. 나도 살아야 되니까. 난 잘못한 게 없고”라고 소리쳤다.

김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차와 휴대전화만 훔치려고 했는데 (주씨가) 도주하려고 해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과거 식자재 배달 일을 했는데 미수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마트 주인들이 대부분 여성이었다는 얘기를 했다”며 여성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 9일 주씨를 납치한 뒤 11일 성동구 빌라 주차장에서 시신을 보관해 온 차량을 불태우기 전까지 천안, 양양, 부산, 울산 등 전국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울산에서 다른 차량 번호판을 훔쳐 단 뒤 11일 오전 4시 39분쯤 서울 톨게이트를 지났고, 이후 올 8월부터 지내온 대림동 화양사거리 고시원에 들러 방화에 필요한 가방을 챙겨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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