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배달일 할 때 돈 떼먹은 女사장들 많았다”

트렁크 살인사건 용의자 김일곤(48)이 피해자 주모(35·여)씨를 납치해 살해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하기까지 했을까.

17일 경찰에 검거된 김씨는 “원래 죽이려던 것이 아니라 차량과 휴대전화만 빼앗으려고만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씨의 범행 동기가 단순히 주씨의 재물을 노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씨를 납치한 목적이 차와 휴대전화라면 그를 굳이 차에 태워 끌고 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씨를 살해하고 나서 시신의 여러 부위를 흉기로 도려내는 등 김씨가 보인 잔인함은 단순히 재물을 노린 범죄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이에 대해 김씨가 시신에 남았을 자신의 흔적을 없애려고 시신에 손을 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에 검거되고 나서 국민에게 얼굴을 드러낸 김씨의 태도도 평범치 않다.

경찰에 검거된 이후 경찰서에 압송된 김씨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잘못한 것 없어요 나는”, “나는 더 살아야 돼” 라는 말을 큰 소리로 반복해 외쳤다.

그는 호송 차량에서 내려 경찰서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면서도 고개를 꼿꼿이 들었다.

이는 점퍼 등을 뒤집어쓰고 답변을 꺼리는 여느 강도살인 피의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경찰 조사실에 들어가서도 김씨는 형사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흥분한 상태로 화를 내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서 경찰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김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예전에 식자재 배달일을 했을 때 마트 주인들 중 여주인들이 미수금이 많았고 돈을 주지 않은 채 도주한 여주인들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미루어 김씨가 평소 여성들에 대한 증오심이나 혐오감을 키워왔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전과 22범인 김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해 오면서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다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김씨가 자신을 돈 문제로 괴롭힌 사장 중에 여성이 많았다고 생각하면서 여성이면서 가진 자에 대한 분노를 키워왔고, 이것이 범행 대상을 마트에서 장을 본 여성으로 정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나온다.

김씨가 주씨를 납치한 곳은 천안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이었고, 지난달 24일에도 일산 동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강도행각을 벌이다 달아난 바 있다.

경찰은 김씨에게 여성 혐오증세가 있는지, 정신병력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에게는 전과가 많지만 대부분 특수절도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이고 성폭행 전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 김씨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같은 김씨의 진술이 의미를 둘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주씨 살해 후 그녀의 운전면허증 주소가 경남 김해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인근에 시신을 묻어주기 위해 부산으로 갔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는 김씨가 주씨의 시신을 마구 훼손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경찰은 김씨가 심적 안정을 찾는 대로 그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