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 교량 내진 자재 ‘제2납품 파동’ 우려

경부고속철 교량 내진 자재 ‘제2납품 파동’ 우려

류찬희 기자
입력 2015-09-17 18:04
업데이트 2015-09-17 19:4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경부고속철도 1단계사업(서울~동대구) 교량 내진보강 공사에서 ‘제2의 철도자재 납품 파동’이 우려된다.

17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자재 납품업체 등에 따르면 경부고속철도 내진보강 사업이 답보 상태애 빠지면서 올해 말 준공 예정인 23곳의 공사가 내년으로 연기될 처지에 놓였다.

경부고속철도 1단계사업 내진보강 대상 교량은 80곳. 지난해부터 2016년까지 2300억원의 예산을 투입, 리히터 규모 6.0 이상의 지진에 버티도록 하는 보강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2단계사업과 호남고속철도는 계획 단계부터 리히터 규모 6.0 이상 기준으로 설계해 내진보강이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철도시설공단이 공사 발주 이후 내진 보강 핵심 부품인 ‘댐퍼’ 선정 잡음이 생기면서 촉발됐다. 댐퍼는 지진력 감쇄장치로 고무나 용수철 같은 탄성체를 이용해 지진 발생 시 충격과 진동을 약하게 하는 기계다. 국산 댐퍼는 없기 때문에 미국·중국산을 수입해 시공해야 한다. 철도시설공단은 설계 기준을 마련할 때도 이런 사실을 알았고, 공사비도 이 기준에 맞춰 책정, 발주했다.

당초 철도시설공단의 용역을 받은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은 고속철도가 지나는 교량이라는 점을 감안, 내진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점성댐퍼를 사용하기로 하고 공사 시방서에 강도 높은 설계 기준을 마련했다. 일반 자재와 달리 내진 보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도의 품질이 요구되기 때문에 실제 시공에 적용돼 품질을 입증받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은 시설안전공단에 시방서 설계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질의를 보냈고, 관계자 회의도 열었다. 노병국 철도시설공단 충청본부장은 “시방서 설계가 지나치게 까다로워 특정 제품을 수의계약하거나 아예 시방서 기준을 충족하는 자재가 없어 큰 틀에서 시방서 문구를 다듬는 차원의 설계기준 완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고 댐퍼 성능에 큰 하자가 없는 범위에서 여러 업체 제품을 사용하도록 ‘게임의 룰’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설안전공단은 다른 입장이다. 당초 설계 시방서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으로 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유덕용 교량안전실 부장은 “당초 설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은 고속철도 교량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시방서에 나온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이 있다면 시방서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시방서에서 정한 설계 기준에 맞는 댐퍼를 수입한다고 주장하는 업체도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기준 등을 바꿀 경우 반드시 설계자가 시방서 설계변경을 해줘야 가능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 업체는 “시방서에 정한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댐퍼를 수입하는 업체가 제품 시험성적서까지 위조해 납품하려고 했다”며 법정 싸움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철도시설공단은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 제품 공장 확인 과정에서 품질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내 댐퍼 시장이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자 수입 업체 간 음해성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철도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업체는 영구 퇴출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철도안전 대책을 발표했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5-09-18 9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