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지뢰피해자 절규…”폭발사고로 시력이 더 좋아지나요”

지뢰피해자 절규…”폭발사고로 시력이 더 좋아지나요”

입력 2015-09-22 07:13
업데이트 2015-09-22 07: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984년 훈련중 ‘네이팜 지뢰’ 폭발로 다친 김내수 씨서류미비로 상이등급 못 받아…”정당하게 등급받아 새 삶 살고파”

1984년 4월 26일 오후 9시 30분께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육군 25사단 화학지원대 연병장에서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네이팜탄 지뢰’ 시범교육 중 탄이 제대로 터지지 않자 화학지원대 김내수(당시 만 23세) 병장이 작약을 지뢰 밑에 매설하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김씨는 오른쪽 얼굴과 허벅지 주위에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파편이 박혔고 심한 화상도 입었다. 이후 김씨는 시력 저하와 이명에 시달렸다.

연세대 학생이던 김씨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제대 후 흉터투성이 얼굴로 외출하는 것도 두려워하다가 결국 학업을 포기했다. 당시는 ‘외상 후 트라우마’ 같은 단어도 없었다. 지방의 막노동판을 돌며 술로 밤을 지새우는 폐인 같은 삶을 살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3월 용기를 내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김씨는 유공자로 인정은 받되 상이등급은 인정받지 못했다. 유공자로서 국가에서 치료비 지원은 받게 됐지만, 상이등급이 없어 매달 지급되는 보훈급여금은 받지 못하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김씨의 부상 정도가 상이등급 규정에 미달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군이 사건을 덮으려 자신을 서둘러 퇴원시켰고 이에 맞춰 병상 기록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씨는 이달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부대 간부들이 문책과 승진누락 등을 우려해 폭발 사고를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단적인 증거로 당시 ‘병상일지’를 제시했다.

이 서류에는 이 사고 직후 김씨의 좌우 시력이 ‘0.3’, ‘1.0’이라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김씨가 입대 전인 1982년 1월 신체검사를 받은 기록인 ‘병적기록표’에는 좌우 시력이 ‘0.1’, ‘0.1’로 적혀 있다.

네이팜탄에 맞은 눈이 입대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당시 군의관이 손가락을 눈앞에 갖다대고 보이느냐고 물어서 ‘희미하게 보입니다’라고 하니 ‘그럼 정상이다’라면서 ‘0.3’, ‘1.0’으로 적더라”며 “폭발 사고로 화염에 닿은 눈의 시력이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씨의 병상일지에는 4월 26일 심각한 상처를 입고 응급실로 후송된 김씨가 사고 닷새째인 5월 1일에는 시력이 현저히 호전됐고, 5월 7일에는 군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간주된다고 기록돼 있다.

사고 당시 김씨는 안과로 입원했지만 병상일지에 눈 상태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병상일지에 첨부된 간호일지는 입원한 지 며칠 뒤부터는 기록이 없다.

김씨는 당시 사고가 군 상부에 보고되지도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육군본부 등에 이 사고와 관련한 내용이 있는 ‘사고사실 확인서’를 요청했는데 그런 내용이 없다는 회신이 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5월 11일 퇴원처리돼 자대로 복귀했다. 그러고는 그해 8월 만기제대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파편 자국이 생기고 붉게 변한 제 얼굴을 보고 부대원 누구도 저를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제대하는 날까지 혼자 약을 바르고 소독하며 치료하면서도 분한 마음에 매일 PX에서 소주를 가져다 마시며 보냈습니다.”

이후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 택시 운전대도 잡아봤지만 흉터 때문에 번번이 쫓겨났다고 한다.

세상을 원망하며 30년을 살다 올해 2월 주위에서 다시 유공자 신청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듣고 김씨는 다시 보훈처를 찾았지만 또다시 좌절해야 했다.

김씨가 당시 얼굴과 등 부위를 다친 것은 증명되지만 눈과 귀의 부상은 당시 병상일지 등에 완치된 것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동안 이명과 시력저하에 시달리며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보훈처에는 비용 때문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다행히 성형외과 병원에 가서 상이등급 6급에 해당한다는 후유장애진단서를 받을 수 있었다. 재심 신청 때 이를 제출할 계획이다.

김씨는 “보훈처가 얼굴에 난 파편 자국을 심사할 때 성형외과 의사 대신 외과의사가 진단했기에 상이등급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 사례를 심사한 서울북부보훈지청의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흉터 장애는 피부과나 외과에서 진료한다”며 “1차로 보훈병원 의사가 신체검사를 했고 전문의들이 포함된 보훈심사위원회에서 2차로 심의해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훈심사는 민원인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 진행하며 행정지원도 제공하고 있다”며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재심 신청에 대해서도 안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조만간 성형외과 진단서와 함께 시력과 청력 관련 치료기록을 모아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다. 김씨는 오른쪽 눈에 형상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와 이명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늦었지만, 정당하게 상이등급을 받아 내 얼굴을 찾고 공부도 다시 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