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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범인 송환’…다시 주목받는 이태원 살인사건

‘16년 만에 범인 송환’…다시 주목받는 이태원 살인사건

입력 2015-09-22 19:39
업데이트 2015-09-2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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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으로 징역형→특사 후 도주→재수사→진범으로 기소→국내 송환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던 외국인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공분을 자아냈던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 사법공조와 끈질긴 소송전 끝에 우리 정부가 범인의 국내 송환을 성사시킨 데 따른 것이다. 범인은 도주한 지 16년 만에 우리나라의 법정에 다시 서게 됐다.

이태원 살인 사건은 1997년 4월 3일 발생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고(故) 조중필(당시 22세)씨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흉기에 수차례 찔린 상태였다.

함께 화장실에 있던 2명이 유력한 용의자였다.

재미동포 에드워드 리와 미 군속의 아들인 혼혈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으로, 둘 모두 당시 18세였다.

검찰은 이들 중 리를 살인 혐의로, 패터슨을 흉기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해 10월 1심 재판부는 리에게 무기징역을, 패터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고 이듬해 1월 항소심 재판부는 리에게 징역 20년을, 패터슨에게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98년 4월 리의 사건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999년 9월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리는 범인이 아닌 목격자로 추정된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패터슨을 진범으로 지목하고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때가 늦었다.

2심 선고 후 주범이 아닌 공범으로 징역형을 살던 패터슨은 1998년 8·15 특별사면으로 이미 석방된 상황이었다.

패터슨은 1999년 8월 당국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떠났다.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갔을 때에는 한국을 빠져나간 뒤였던 셈이다.

패터슨의 해외 도피는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는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숨진 조씨의 유족들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국가에 배상을 요구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3천400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패터슨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검찰은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심정으로 치밀한 재수사를 벌였다.

패터슨의 신병을 다시 확보하기 전까지 그가 주범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이 당초 리를 주범으로 기소했던 것은 “건장한 대학생이던 조씨에게서 반항한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범인은 조씨를 제압할 정도로 덩치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의 소견에 따른 측면이 컸다. 리는 100㎏이 넘는 거구였고 조씨보다 키가 2㎝ 컸다. 반면 패터슨은 조씨보다 6㎝가 작았다.

하지만 재수사에서 검찰은 조씨가 배낭을 메고 있었던 사실에 주목했다. 패터슨이 조씨보다 키가 작더라도 뒤에서 배낭을 붙잡았다면 충분히 범행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첨단 과학수사기법도 동원됐다. 화장실 벽면에 묻은 혈흔을 분석한 것이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조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두고 리는 패터슨을, 패터슨은 리를 각각 지목했고 흉기를 사용한 동작도 서로 다르게 묘사했다.

혈흔 분석 결과는 패터슨이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한 리의 진술에서 나온 살해 동작과 맞아떨어졌다.

이밖에도 사건 직후 패터슨의 얼굴과 양손, 상하의 모두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 있던 반면 리는 상의에 핏방울 몇 개가 묻어 있었던 점 등도 패터슨이 진범으로 지목된 배경이 됐다.

검찰은 2011년 5월 패터슨이 미국에서 체포되자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듬해 미국 법원은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을 내렸고 이에 불응하는 패터슨이 끈질기게 소송전을 벌이면서 국내 송환 절차를 지연시켰다.

현지 법원의 확정 판결로 이달 패터슨의 국내 송환은 성사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18년, 패터슨이 도주한 지 16년 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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