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던 언니를 팔순 앞두고 만난다니…”

“죽은 줄 알았던 언니를 팔순 앞두고 만난다니…”

입력 2015-10-16 11:34
업데이트 2015-10-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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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으로 금강산 가는 안춘난씨

내년이면 팔순을 맞는 안춘난(79·여)씨는 얼마 전 대한적십자사에서 결려온 전화를 받고는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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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단 가족사진
이산가족 상봉단 가족사진 이산가족 상봉단 안춘난(79·여)씨 가족이 약 60년 전에 찍은 사진. 사진 속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안씨다. 안씨는 이번에 북한에 살고 있는 언니 춘란(81)씨의 신청으로 상봉 길에 오른다. 휴전 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진엔 가족 중 전쟁통에 실종된 춘란씨만 빠져 있다. 갓을 쓴 한복 차림과 갖춰입은 양복이 눈에 띈다.
안춘난씨 제공


6·25 전쟁통에 실종돼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언니가 이북에서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해 자신을 만나러 나온다는 소식이 수화기 너머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안씨의 작은아들 문성열(54)씨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봉 소식을 듣고 온 집안이 경사 분위기”라며 “죽은 줄 알고 지낸 가족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경사이자 감사할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북 문경이 고향인 안씨 가족은 피란길에 안씨의 언니 춘란(81)씨를 잃었다.

당시 안씨는 열댓 살, 언니는 열예닐곱 살이었다고 한다. 안씨가 계속해서 언니를 찾자 안씨의 아버지가 “언니는 죽었으니 더는 찾지말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문씨는 “생사는 불명확했으나 어린 어머니가 정을 떼게 하려고 외할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안씨 가족은 춘란씨를 죽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지내왔다고 했다.

문씨가 이날 몸이 불편한 어머니 안씨를 대신해 전한 그간의 사연과 소감은 애잔했다.

안씨는 약 5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거동이 어렵고 말도 어눌하다.

언니를 만나러 갈 때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다. 안씨의 남편과 두 아들이 동행하기로 했다.

문씨는 “이런 날이 온다는 건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는 기쁨”이라면서 “이제는 어머니께서 연로하시고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시점인데, 이런 경사가 난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평소에도 어머니는 외가 얘기만 나오면 춘란 이모 얘기를 했다”며 “’남한에 살아있었으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을 텐데, 이북에 있지 않았을까’라고 하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기자에게 귀한 자료도 공개했다. 약 60년 전에 찍은 흑백 가족사진인데 외가가 다같이 찍은 이 사진엔 춘란씨만 빠져있다.

이번 상봉길에는 그간 찍은 사진들을 모아 만든 앨범도 함께 할 예정이다.

문씨는 인터뷰 말미에서 “평생을 그리워하며 지내온 다른 이산가족들을 제치고 우리가 금강산에 간다고 하니 오히려 송구스러운 마음이 든다”면서 상봉 인원이 제한적인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서 “경쟁률이 치열한데 우리 가족은 노력도 없이 혜택을 받는 불로소득을 얻은 것 같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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