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출동하겠나” 순찰차 새 태블릿PC 기능 ‘허점’

“긴급 출동하겠나” 순찰차 새 태블릿PC 기능 ‘허점’

입력 2016-01-06 10:28
수정 2016-01-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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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각 다투는 긴급 신고에도 신고 내용 화면 송출 지연돼” 경찰청 “촉박한 사업일정 맞추려다 생긴 문제”…개선책 마련

경찰이 순찰차에 새로 설치한 고가의 태블릿 PC에 기능상 문제가 발견돼 긴급 신고 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말에 걸쳐 9억여원을 들여 경기,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제주 경찰 등의 순찰차 2천557대를 대상으로 기존에 있던 순찰차용 단말기인 A사의 내비게이션을 B사의 태블릿 PC(대당 35만원)로 전면 교체했다.

2012년 도입한 A사의 내비게이션 생산이 중단되면서 고장이 잦은데도 A/S가 어려워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은 출동 전 단말기를 통해 신고자 위치 등 신고 내용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내세워 태블릿 PC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태블릿 PC가 제기능을 못해 출동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경찰관은 “순찰차의 시동을 끄고 켤 때마다 재부팅이 돼 긴급 신고시 신고자의 위치 파악이 어렵다”며 “파출소에서는 순찰차의 위치도 알 수 없어 근접거리의 순찰차를 출동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사용하던 장비를 교체할 때에는 현장의 의견을 들어달라”며 태블릿 PC의 문제점 9가지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또다른 경찰관도 “112신고 즉시 내용이 화면에 나오던 기존 내비게이션과 달리 새 장비는 어떨 땐 5분이 지나도 신고내용이 나오지 않는다”며 “태블릿 PC에는 신고 내용이 뜨지 않아 상황실이나 파출소에서 무전으로 알려주면 그제야 ‘신고가 떨어졌구나(접수됐구나)’하고 출동 준비를 해 1분 이상 출동이 지연된다”고 성토하는 글을 올렸다.

또 “태블릿 PC 문제 만큼은 묵과할 수 없다. 일선 현장을 전혀 모른 채 기존의 좋은 시스템을 오히려 망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자 경찰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달 각 지구대·파출소에 “촉박한 사업일정에 맞춰 보급하다 보니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내용의 자료를 보냈다.

우선 시동을 켤 때마다 단말기가 꺼지는 현상에 대해 “태블릿 PC 전원은 상시전원 케이블로, 차량 전압이 12.2V 이하로 떨어지면 방전을 막기 위해 전원을 차단시키는 기능이 있다”며 “업체가 문제점을 인정, 케이블 재제작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꺼짐 현상을 개선한 새로운 케이블은 다음 주 초부터 각 순찰차에 차례로 재설치될 예정이다.

신고 내용이 태블릿 PC에 늦게 표출되는 문제와 관련 “프로그램을 수정, 태블릿 PC에 자동 다운로드 되도록 했다”며 “최초 버전을 설치한 단말기는 최신 버전으로 다운 받으면 이후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돼 문제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내비게이션의 길안내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해당 업체와 협의 후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 배포했고, 후방카메라가 연동되지 않는 문제점은 추후 방안을 찾아본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내용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서버를 증설, 태블릿 PC 신고내용 지연 송출 문제를 해결했다”며 “지구대·파출소에서 순찰차의 위치를 발빠르게 알 수 있도록 위치 정보 전송 간격을 30초에서 5초로 줄일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태블릿 PC 도입 초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찰관이 많았지만, 현재는 기능상 문제점을 거의 개선했다”며 “내구성이 좋고 장애발생 시 정비도 쉬운데다 대용량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 통신망이 있어 태블릿 PC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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