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워 맡긴 지갑에 손댄 경찰 알고 보니 ‘상습’(종합)

시민이 주워 맡긴 지갑에 손댄 경찰 알고 보니 ‘상습’(종합)

입력 2016-01-08 16:03
수정 2016-01-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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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에 수차례 손댄 정황…경찰 수사

경남의 한 지구대 순찰팀장이 지구대로 접수된 유실물에 상습적으로 손을 댄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본격 조사에 나섰다.

경남경찰청은 최근 거제의 한 지구대 순찰팀장인 박모(52) 경위를 지능범죄수사대에 절도 혐의로 직무 고발했다고 8일 밝혔다.

2014년 2월부터 이 지구대에 근무한 박 경위의 수상한 행동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지난해 10월 지갑을 잃어버린 한 시민이 그 해 12월 12일 분실물을 찾으려고 지구대에 갔다가 현금 41만 9천원이 든 지갑이 몽땅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해당 지갑은 다른 시민이 길에서 주워 주인을 찾아달라며 경찰에 맡긴 것이다.

지구대 근무일지에는 분실 지갑 접수 기록이 있었지만, 지갑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이 지구대 CCTV를 확인했더니 지갑에 손을 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박 경위가 유일했다.

12월 1일 찍힌 CCTV에는 박 경위가 습득물 캐비닛에서 지갑 등을 꺼내 봉투에 담아 뒷문으로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문제성 행동이 더 있는지 추가 조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지구대에 각각 접수된 손목시계 2개도 없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박 경위가 이 시계들을 12월 1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가져간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11월에 유실물로 접수된 시계는 박 경위 차에서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박 경위가 해당 지구대에서 근무한 시기부터 또 다른 비위행위를 한 게 없는지 전면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지구대에 접수된 유실물 가운데 현금 45만 7천100원, 지갑·시계 등 17점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러한 유실물과 박 경위와의 연관성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박 경위뿐만 아니라 해당 지구대장, 관할 경찰서 담당 과장에게도 업무 소홀 등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경찰은 또 사라진 유실물 상당수가 관리 규정을 어긴 채 방치된 것으로 확인했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유실물은 접수한 지 24시간 안에 경찰서 생활질서계로 넘겨야 하지만 지구대에 있는 캐비닛에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유실물 등록 시스템인 경찰 내부망 ‘LOST 112(로스트 112)’에도 등록해야 했지만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박 경위는 사건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수리하지 않았다.

경찰은 박 경위가 ‘(장기) 유실물을 모아서 버렸다’고 진술하는 등 유실물을 가져간 행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법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은 처벌대로 하고, 다음 주 중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정직 이상 중징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지구대 직원들은 지구대에 보관된 지갑이 지구대에서 없어지자 주인에게 현금 41만 9천원과 지갑 값을 합쳐 총 45만원을 갹출해 전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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