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500억대 주식 사기범 중국 도피 6년에 국내 송환

2천500억대 주식 사기범 중국 도피 6년에 국내 송환

입력 2016-01-08 17:15
수정 2016-01-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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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대형 계약을 따냈다고 속여 투자금 수천억원을 빼돌리고 중국으로 밀항한 벤처 사기범이 도피 6년여 만에 붙잡혔다.

경찰청은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이던 이모(45)씨를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 끝에 붙잡아 이날 오후 국내로 강제송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4∼2008년 방송·통신장비 관련 비상장 벤처회사인 N사의 대표를 지내며 매출 조작과 허위 공시 등으로 시세를 조작한 미등기주식 5억 주를 유통, 1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2천500억여원을 유치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는 2006년 “최첨단 시청률 측정시스템을 개발해 홍콩으로 1천2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허위 보도자료를 내고, 2007년에는 “러시아에 금장 휴대전화(일명 골드폰) 1천500만대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다”는 허위 공시를 내는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구매해 매출 실적이 많은 것처럼 허위로 세무신고를 하고, 외국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수출입 실적을 부풀리는 수법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특히 주주명부나 주식 대장도 없이 무허가 증권 중개업자들을 통해 ‘주식 보관증’이라는 증명서를 투자자에게 발행하고 주식을 매각해 투자금을 받아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의 계속된 사기극으로 N사 비상장주식 주가는 장외 주식시장 거래 사이트 등에서 애초 주당 500원이었다가 2007년 말 2천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듬해 결국 40원까지 떨어졌다.

주식 사기는 이씨의 가족들이 대거 가담한 범죄였다. 이씨의 아버지와 친인척이 포함된 공범들은 2009년 당시 붙잡혀 모두 처벌됐다.

애초 경찰이 파악한 피해 규모는 1억 2천만주 유통에 260억원이었지만,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이후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르면서 규모가 더 늘었다.

당시 이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의 핵심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투자자들을 유치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정치권 연루설도 파다하게 돌았다.

이날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된 이씨는 정치권 연루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09년 중국으로 밀항, 가명을 쓰며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 일대에서 도피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지난해 10월21일 베이징 거주 교민이 공안에 그를 불법체류 혐의로 신고하면서 6년 만에 꼬리를 잡혔다.

이씨는 이날 출동한 공안이 신분 확인을 요청하자 “자동차 안에 여권이 있다”고 말하고 도주했다.

우리 경찰의 요청으로 A급 수배령이 하달되고서 중국 공안은 이씨를 추적했다.

중국 공안은 다음날 베이징 외곽의 한 구(區) 호텔에 투숙한 이씨를 10여분간 격투 끝에 검거해 조사를 마치고 우리 경찰에 신병을 넘겼다.

한중 양국 치안 당국은 2013년 한중 경찰협력회의 때 상호 도피사범 명단 교환에 합의해 양국 간 주요 도피사범 명단 10명씩을 교환했으며, 이듬해 이를 30명으로 확대했다.

이번에 송환된 이씨는 우리 경찰이 2014년 중국 측에 검거를 요청한 30명의 명단에 포함된 집중단속 대상자라고 경찰은 전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6월 탈북자와 귀환 국군포로 등 200여명을 상대로 투자 사기를 벌여 158억원을 가로채고서 중국으로 도피한 탈북자 출신 사업가 한모(50)씨를 검거하는 등 지금까지 한국인 사범 8명을 붙잡아 우리 경찰에 넘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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