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매입자 개인사업자에 매각…주인 바뀌며 ‘없던 일’처럼
교육청이 청소년 수련장 짓는다는 조건을 달아 매각한 전남 고흥의 한 폐교에 레미콘 공장 건설이 추진 있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애초에 조건부로 폐교 부지를 사들인 건설사가 개인사업자에게 이를 되팔고 이후 한번 더 주인이 바뀌면서 ‘조건부 매입’이 마치 ‘없던 일’처럼 돼 버린 탓이다.
19일 고흥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월 고흥군 포두면 옥강초등학교 폐교 부지(1만5천184㎡)를 ‘청소년 수련장 및 유스호스텔’ 용도로 한 건설사에 2억4천500여만원에 매각했다.
교육청은 입찰공고에 ‘위락시설, 환경 오염시설, 혐오시설에 대해서는 입찰 참가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매각 허용범위도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청소년 수련장, 학생야영장, 직원휴양소, 자연학습장, 영농시설, 사회복지지설, 주민복지시설 등으로 제한했다.
특히 5년 동안 이 용도로 사용하지 않거나 기한내에 그 용도를 폐지하면 매매계약을 해지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폐교를 사들인 건설사는 2011년 12월 개인사업자에게 팔았고, 이 사업자 역시 작년에 한 레미콘 공장에 이 땅을 되팔았다.
폐교를 매각한 지 5년도 안 돼 사실상 계약사항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레미콘 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폐교 부지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에 들어갔으며 고흥군청에 최근 공장 건설을 위한 인·허가 신청을 했다.
주민들은 “교육청이 폐교재산 관리감독을 잘못해 공해시설이 들어왔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레미콘 공장에 들어서면 지하수가 고갈되고 비산 먼지 피해와 함께 간척지 농업용수와 굴 양식장 등이 오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근 봉암마을 주민들은 고흥교육청에 탄원서를 내고 “폐교 부지상에 진행 중인 레미콘 공장의 적법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폐교 재산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위배됐다”며 적절한 조치를 할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흥교육지원청은 2011년 폐교를 사들인 건설업체에 청소년 수련시설을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3차례나 사업 이행을 촉구했으나 이후 건설업자에 개인사업자에 땅을 판 이후에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실상 폐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소유자가 몰래 소유권을 바꾸는 것을 막으려면 특약등기를 해야 하지만 관련법이 2011년 제정돼 2007년에는 특약등기가 없었다”며 “사업 이행을 촉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된 만큼 구상권 청구 등 다양한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흥군은 레미콘 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환경영향성 평가 부분이 미진하다고 보고,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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