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종사자 61% “고객에게 폭언 등 괴롭힘 경험”

유통업 종사자 61% “고객에게 폭언 등 괴롭힘 경험”

입력 2016-01-26 13:53
수정 2016-01-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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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 발표·토론회

“향수병 바닥에 ‘콕’ 하고 찍힌 자국이 있다며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가신 할머니 고객에게 당한 모멸감도 참기 어려웠지만, 그 할머니의 고교생 손녀가 ‘언니 일 똑바로 하세요’라고 쏘아붙일 땐 마음이 무너져내려 소리도 못 내고 울어야 했습니다.”(백화점 판매직 여성노동자 A씨)

“마트 생활 3년이면 다들 골병이 든다고 합니다. 40대 후반부터 50대가 대부분인 마트 여성노동자들은 손목이건 어깨건 어디 하나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점심때 30분 휴식이 금세 가기도 하지만, 맘 편히 앉을 공간이 없어 한기가 도는 바닥에서 쭈그려 있어야 해 고단합니다.”(대형마트 판매직 여성노동자 B씨)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장에서는 유통업 종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인권위는 지난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해 백화점·할인점·면세점 등에서 일하는 3천470명을 설문하고 사업장 114곳의 노동 환경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통업 종사자 상당수는 과도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사 대상의 85.9%가 고객을 대할 때 느끼는 감정과 실제 표현하는 감정이 다르다고 답했고, 96.1%는 고객에게 의식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회사의 요구대로 감정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답은 89.3%, 그래서 감정적으로 힘들다는 답은 83.3%로 모두 높은 수준의 응답률을 보였다.

최근 1년간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나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61.0%나 됐다. 괴롭힘의 형태는 막말 등 폭언이 39.0%로 가장 많았고, 따돌림 17.2%, 폭행 3.9%, 성희롱 0.9% 등의 순이었다.

고객을 응대하느라 오랜 시간을 서서 일하는 유통업 종사자들의 건강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특히 조사대상 가운데 목 어깨, 다리 등 근골격계 질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대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4.7%고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업무상 질병 진단을 받은 비율도 31.0%로 집계됐다. 질환별로는 방광염이 17.3%로 가장 많았고, 족저근막염 7.3%, 우울증 7% 등의 순이었다.

유통업 종사자들에게는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사업장에 휴게실이 있었지만, 평균 수용 가능 인원이 백화점은 21명, 면세점은 47명, 할인점은 23명 등으로 전체 노동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백화점 본점 2곳의 경우, 휴게실 수용 가능 인원이 전체 노동자 수의 100분의 1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유통업 종사자 평균 노동시간은 주 46시간, 장시간 노동(주 52시간 이상) 비율은 17.7%로 집계됐다. 근속 기간은 평균 2.7년으로 전체 임금근로자(5.6년)보다 짧았고,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비율도 45.0%나 됐다.

근로자의 지위를 보면 상용근로자가 38.7%, 임시근로자 51.5%, 일용근로자 9.8%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61.3%로 고용안정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임금은 137만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222만원)보다 85만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와 현장의 목소리,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유통업 서비스 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개선을 위해 종합적인 정책과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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