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해줬는데…’ 외국선박 대피항 불법조업 ‘피해’

‘배려해줬는데…’ 외국선박 대피항 불법조업 ‘피해’

입력 2016-01-27 15:18
수정 2016-01-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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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연안서 중국어선 피항 후 오징어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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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앞바다로 피항한 중국어선들
제주 앞바다로 피항한 중국어선들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앞바다에 25일 중국어선 1500여척이 몰려들어 피항 중이다. 화순항 앞바다에는 지난주 말부터 중국어선들이 한파와 기상 악화를 피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5.1.25
제주해경 제공
최근 제주공항 마비 사태를 부른 ‘역대 급 한파’로 제주 화순항에 중국 어선 1천여척이 한꺼번에 몰리는 보기 드문 장관이 연출됐다.

그러나 전국 해상에 있는 외국선박 대피항 가운데 일부에서는 중국어선이 피항 과정에서 불법조업을 하거나 해저시설물에 피해를 주는 일이 잇따르는 등 어민 피해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27일 국민안전처 훈령 ‘긴급피난 선박 관리규칙’에 따르면 외국선박은 기상악화나 긴급사태를 맞닥뜨리면 우리나라 영해에서 잠시 머무르며 긴급피난을 할 수 있다.

태풍을 만나거나 선체 고장으로 선박이 위험한 경우, 연료나 식료품이 떨어져 승무원 생명에 위협이 있을 경우, 선박에 탄 사람에게 위급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도 포함된다.

특히 중국어선의 경우 2001년 발효된 ‘한·중 어업에 관한 협정’, 북한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긴급피난이 허용된다.

긴급피난 해역인 대피항은 별도로 지정돼 있지 않다. 육지에서 다소 떨어진 원거리 해상으로 정하고 피난 장소 주변에 임해산업시설이나 군사시설이 없어야 한다.

테러지원국가의 선박이나 중국어선은 불법행위 감시가 쉬운 해역으로 유도한다.

중국어선 등 외국선박의 주요 대피항은 제주 화순항, 울릉도 연안, 전남 신안군 홍도·가거도 등이다.

이들 항은 허가를 받고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주요 어장과 가까워 태풍 등 악천후 때 주로 활용된다.

폭설·강풍과 높은 파도를 동반한 ‘역대 급 한파’가 몰아친 24∼25일 중국 어선 1천197척이 서해에서 조업하다가 제주 화순항으로 긴급대피했다.

이 기간 신안군 가거도에 103척, 신안군 홍도에 67척, 신안군 흑산도에 2척도 잠시 머물렀다.

중국 어선이 피항 후 먼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어민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한 번에 중국어선 100∼200여 척이 피항하는 울릉도 연안의 경우 연근해에서 나는 오징어가 ‘싹쓸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울릉도 오징어 위판량은 2003년 7천323t에서 2013년 1천774t으로 10년 사이 7분의 1로 줄었고, 오징어잡이 어선도 2003년 1만1천481척에서 2013년 4천370척으로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어선들이 정박하기 위해 내린 닻이 끌리면서 수중에 설치된 시설물이 훼손될 우려도 제기된다.

울릉도 연안 해저에 기상청의 해저지진계, 통신광케이블, 해양심층수 취수관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 시설물이 설치돼 있는데 정작 중국 어선들은 이런 시설물의 위치를 잘 모르는 탓이다.

부산에서는 정박 중인 외국 선박이 폐수를 내보내 신고가 접수된 적도 있다.

최수일 울릉군수는 “중국어선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를 계속 찾아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대피항 인근 어민들도 긴급 피항하며 머무르는 외국선박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옛날에는 외국어선들이 먹거리나 생필품 등을 현지 피항하는 곳에서 조달해 쓰면서 지역경제에 꽤 도움을 줬으나 최근에는 외국선박의 규모가 커지며 자체 비축분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27일 “중국어선 등 외국선박이 대피항에 머물면 경비정을 인근 해역에 투입하고 우리 해역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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