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편수 점유율 59%…관광발전 기여했지만 개선점 많아
항공시장 등장 10여년 만에 제주 노선 점유율이 절반을 차지하는 등 고도성장을 이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가 승객 서비스와 안전 운항 면에서 질적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지난 23∼25일 한파로 제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체류객 사태에서 저비용항공사의 미흡한 대처는 수많은 이용객의 공분을 샀기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돈 되는’ 제주 노선 경쟁적 투입
저비용항공사는 국내선 가운데 승객 수요가 많은 제주노선에 주로 항공기를 투입, 운항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김포 출발 기준 제주 노선 여객은 1천185만4천786명으로, 국내선 전체 이용 여객(1천390만6천291명)의 85.2%를 차지했다.
제주 노선은 2014년에도 국내선 이용객의 73.4%(1천5만7천568명)가 이용할 만큼 항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김포를 출발해 제주에 도착하는 항공편에서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한 인원은 445만4천203명이다. 점유율이 전체(756만4천361명)의 58.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같은 김포 출발편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이 311만158명으로 41.1%에 그쳤다.
운항 편수도 김포 출발 기준 저비용항공사는 2만5천470편으로 전체(4만3천296편)의 58.8%를 차지, 대형 여행사들(1만7천826편)보다 많다.
제주 노선에 진출한 지 짧게는 7년에서 길게는 10년 만에 항공시장 판도가 달라진 것이다.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2006년 6월,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2008년 7월과 12월, 이스타항공은 2009년 1월에 각각 처음으로 제주노선에 항공기를 띄웠다. 티웨이는 한성항공 당시인 2005년 8월 제주 노선에서 처음 비행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비용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좋고 여객 수요 확보에 유리한 제주 노선에 경쟁적으로 운항 편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 무리한 운항에 잦은 고장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지난해 11월 한 달 기준 56.3%로 국내 항공시장에서 2014년 같은 달 이후 연속 1년째 과반을 차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여객점유율(43.7%)을 눌렀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승객이 몰리자 그리 많지 않은 항공기로 각 노선에 투입, 무리하게 운항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항공기 보유 대수는 제주항공이 22대, 진에어 19대, 에어부산 16대, 이스타항공 13대, 티웨이항공 12대 등 92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243대의 37.9%에 불과한 항공기를 운항하는 저비용항공사가 여객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1대당 운항 횟수를 늘리고 있다.
보유한 모든 항공기를 무리하게 투입하는 바람에 여유 항공기가 부족, 자연재난 이후 체류객을 수송할 임시편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토교통부는 최근 저비용항공사의 무리한 운항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항공기 정비이력 및 운항절차 등을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물리는 등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위험한 운항을 막기 위해 안전관리 실태와 규정 준수 여부도 일제 점검하는 등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지난 3일 세부 발 진에어 항공기가 출입문 고장으로 승객이 불안에 떨어야 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제주항공이 기내 압력조절장치(여압장치)가 고장 난 채 제주노선에서 운항했다가 압력 조절을 위해 급강하는 등의 아찔한 비행을 했다.
◇ 서비스 개선 노력은 하나?
국내 저비용항공사 5곳은 제주공항이 한파와 폭설 등으로 운항 중단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을 때 이용객들에게 결항사태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결항 안내는 물론, 대체편 투입, 대기표 발권 등 모든 과정을 공항 발권 창구 현장에서만 했다.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결항 사실에 대한 안내가 없었고 전화 통화도 잘 안돼 이용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수천명의 저비용항공사 이용객들이 한파를 뚫고 공항까지 와야 했고, 공항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하며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제주공항의 운항이 재개된 이후부터는 임시편 투입이 많지 않아 체류객을 수송하는 데도 대형 항공사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제주공항 결항사태 때 빚어진 공항 내 극심한 혼잡과 혼란은 저비용항공사의 책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매뉴얼 없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먼저 체류한 승객들에게 우선순위를 주려면 직원들이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하는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절차도 까다로워 현장 선착순 방식으로
대기표를 발권하면서 불편과 혼란을 초래했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재난 상황에 대비한 ‘문자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것도 혼란에 한몫했다.
문자 시스템이 있으면 먼저 결항한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순서대로 임시편 항공기에 자동 등록되고, 이런 상황은 승객에게 문자로 전송된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대체 항공편의 출발시각을 안내받은 승객들은 공항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항공서비스 관련한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제주항공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순이었다.
◇ 관광 활성화에 중요…분발해야
제주 항공업계와 관광업계는 저비용항공사의 이런저런 문제들에 대해 누구보다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이 제주 노선에 항공기를 띄우면서 항공료를 낮추고 공급 좌석은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제주공항 이용객은 2008년 1천228만3천934명이던 것이 2013년에는 2천5만5천238명으로 사상 처음 2천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2014년 2천320만명, 지난해 2천600만명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김창효 제주도관광협회 공항관광안내센터 소장은 “이번 한파로 인한 대규모 체류객 발생 사태를 계기로 저비용항공사들이 드러난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개선, 신뢰를 잃지 않고 앞으로도 성장해 제주 관광 발전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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