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로 딸 입학시킨 교사 엄마…방과후 학습에 학습지·학원 3~4개
힘들다고 울면 “돌대가리야” 폭언…그만하란 남편에겐 “학력 낮다” 무시법원 “과도한 교육열, 부부 갈등 유발”
A씨는 2012년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에 진학시켰다. 교직원 특례조항을 이용하면 교육비를 줄이는 동시에 딸과 함께 등하교를 하며 돌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딸에게는 본격적인 ‘지옥’의 시작이었다. 엄마의 감시 아래 학교 정규수업과 방과후 학습이 끝난 뒤에도 서너 개의 학습지를 풀어야 했다. 피아노와 수영, 태권도 학원에도 매일 다녔다. 하루 종일 휴식 시간도 없이 매일 새벽 1시쯤에나 잠자리에 드는 생활이 이어졌다. 어떤 때는 새벽 4시까지도 공부를 해야 했다.
A씨는 딸에게 폭언도 자주 했다. 딸이 과중한 학습 부담을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면 “그러니 너보고 돌이라는 거야. 울지도 마. 학교에서 죽도록 한번 맞아 볼래” 등 심한 말을 하며 몰아세웠다.
남편 B(44)씨는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몰랐다. 딸이 태어난 직후 줄곧 지방 근무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근무지가 서울로 바뀐 뒤 아내가 과도한 ‘스파르타식 교육’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B씨는 “이런 식으로 공부를 시키는 건 가혹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되레 “학벌이 낮은 당신 가족을 닮으면 어쩔 거냐” 등 모욕적인 폭언이 돌아왔다.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방을 따로 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 B씨는 딸을 전문가에게 데려가 심리 검사를 했고, 그 결과 가정에서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B씨는 2013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아내는 “경쟁사회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고 딸은 이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법원은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김태우 판사는 B씨가 A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양육자 지정 소송에서 두 사람의 이혼을 허용하고 B씨를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19일 “부부 사이에는 신뢰와 애정이 더이상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혼인 생활을 강제하는 것은 남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줄 것”이라며 “혼인이 파탄되기까지 남편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와 B씨의 교육관이 상당히 다르고 딸은 과도한 교육열을 따르는 데 대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부부 사이에 양육 및 교육관에 대해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아내의 모욕적인 언사로 남편이 상당한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2-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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