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분석·이웃 면담 등으로 현지인 가정부 용의자로 특정
필리핀에서 최근 한국인이 피살된 사건을 해결하고자 우리 경찰이 현지에 파견한 수사팀이 유력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결정적 단서를 발견했다.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22일 오전 7시(현지시간)께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 카비테주의 한 주택가에서 6∼7년 전 이 나라로 혼자 은퇴 이민을 온 박모(68)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우리 경찰은 다음날인 23일 CC(폐쇄회로)TV, 현장감식, 범죄분석, 법의학 등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현지로 급파했다. 지난해 12월 50대 건축업자 교민 피살 사건에 이어 두번째 파견이다.
수사팀은 현장에 도착해 26일 귀국할 때까지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박씨가 고용한 현지인 여성 가정부 A(10대 후반∼20대 초반)씨를 현지 경찰이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수사팀은 우선 피해자 박씨의 시신이 발견된 자택 2층은 피 묻은 옷가지와 가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던 반면, 1층은 외부인 침입 흔적 없이 깨끗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강도에 의한 범행보다는 면식범·주변인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아울러 흉기에 여러 군데 찔린 시신의 상처들이 깊지 않은 점으로 미뤄 범인이 여성이나 노약자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수사팀은 이어 자택 인근 CCTV 4개를 분석, A씨가 시신 발견 전날인 21일 오전 5시42분 박씨 자택이 있는 주택가에 들어갔다가 오전 10시11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수사팀은 이 시간 동안 A씨를 길에서 마주친 주민 2명을 면담한 결과 “A씨가 몹시 불안해하고 남과 눈을 마주치기를 꺼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피해자 박씨 컴퓨터에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로그인해놓은 사실도 발견했다.
수사팀은 이러한 단서들을 바탕으로 A씨가 박씨가 살해된 시간에 현장에 있었을 뿐더러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은 필리핀 경찰은 한국 수사팀의 수사 결과에 대체로 수긍하면서 사건 발생 나흘 만인 26일 A씨를 검거했다. 하지만 A씨는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조사해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현지 경찰의 몫”이라며 “우리 수사팀은 A씨가 박씨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거나, 범인이 다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A씨가 현장에 있었던 만큼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초를 쥐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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