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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이·계모·형사의 눈으로 재구성한 ‘끔찍한 3년’

원영이·계모·형사의 눈으로 재구성한 ‘끔찍한 3년’

입력 2016-03-13 14:31
업데이트 2016-03-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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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무섭고 고통스러웠을’ 원영이의 ‘욕실 감옥’처벌 피할 생각뿐인 계모·‘철벽 거짓말’ 깬 형사의 직감

신원영(7)군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만 바랐던 온 국민의 염원은 무참히 무너졌다.

길고도 모진 학대 끝에 원영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서도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뻔뻔하고 교묘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던 계모와 친부는 경찰이 제시한 증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참혹한 학대 끝에 7살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한 신원영군이 겪은 이번 사건을 원영이와 계모, 형사의 시각에서 재구성했다.

◇ 계모의 학대, ‘욕실 감옥’에 갇힌 원영이 = 2013년 초여름 아빠(친부 신모씨ㆍ38)가 새엄마(계모 김모씨ㆍ38)를 집에 데려왔다.

이때부터 원영이와 누나(10)는 밥을 잘 못 먹었다. 새엄마 김씨가 밥을 제대로 차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원영이가 오줌을 잘 못가린다는 이유로 툭하면 때렸다. 남매를 한동안 돌봐줬던 지역아동센터에는 아이들이 회초리로 맞은 증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렇게 2년여 시간을 보낸 남매는 지난해 4월 떨어져 지내게 됐다. 누나는 친할머니에게 맡겨졌고 원영이만 집에 남게됐다. 이후 계모 김씨의 학대는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지난해 11월 원영이는 결국 욕실에 갇혔다. 동네 사람들에게도 원영이 모습은 이때부터 보이지 않았다.

김씨는 하루 한끼 먹을 것을 주면서 수시로 원영이를 때렸다.

손찌검을 피하던 원영이가 넘어지면서 변기에 부딪쳐 이마를 다쳤지만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아버지 신씨는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모른척 했다.

그러는 사이 김씨의 학대는 극에 달했다. 그러던 올해 1월 28일 김씨는 변기 옆에 소변을 흘렸다는 이유로 원영이 온몸에 살균제인 락스를 퍼부었다. 독한 락스 때문인지 원영이는 이때부터 하루 한끼 주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지난달 1일까지 무려 5일간 굶다시피한 원영이가 바지에 변을 봤다. 김씨는 욕실에 갇힌 원영이의 옷을 모두 벗기고는 찬물을 퍼부었다.

그날 평택의 최저기온은 영하 12.5도에 달할 정도로 추웠다.

다음날 7살 원영이는 숨이 멎은 채 발견됐다. 사인은 굶주림과 다발성 피하출혈·저체온 추정으로 추정됐다.

◇ “처벌만 피하면 된다” 뻔뻔하고 교활한 계모 = 계모 김씨의 눈에 아이들은 눈엣가시였다.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이들이라서인지 밥을 차려주기도 귀찮았다.

특히 막내는 소변을 잘 못가렸다. 바지를 입은 채 소변을 보는 일이 잦았다.

김씨는 화가 나서 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으로 한대 때리던 것이 점점 더 심해졌다.

작년 4월 이후엔 큰 애를 시어머니댁으로 보내고나자 막내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김씨는 잔인하게 원영이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11월엔 원영이가 소변을 잘 못가린다는 이유로 욕실에 가둬놨다.

1월 7일 초등학교 입학 예비소집 통보가 왔다. 남편과 입학유예 신청을 하기로 하고 14일 학교에 신청서를 냈다.

김씨는 욕실 안에서도 원영이가 변기 옆에 소변을 흘리자 더욱 잔인하게 학대했다.

화장실을 이용할 땐 아이를 변기 옆에 세워놓고 볼일을 봤다.

끔찍한 학대에 결국 아이는 지난달 2일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남편과 아이의 시신을 이불에 둘둘 말아 베란다에 넣어놨다.

이때부턴 빠져나갈 궁리에 온 신경을 쏟는다.

아이가 숨진 다음날 남편이 “원영이 잘 있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고 답장을 했다.

무려 10일간 시신을 방치해둔 김씨는 12일 밤 시아버지 묘소가 있는 청북면 야산에 아이를 암매장했다.

그후로도 아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연기를 했다.

그러던 중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생각났다.

김씨는 신씨와 원영이의 책가방을 구입하고, 차 안 블랙박스에 저장되도록 “원영이 잘 지내겠지. 이사가면 잘 키우자”라는 등의 거짓 대화를 했다.

이달 4일 학교측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아이가 집을 나간 뒤 안들어왔다”고 거짓말 하기로 신씨와 입을 맞췄다.

경찰의 수사가 끈질기게 이어지자 아이가 숨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버렸다”고 말을 바꿨다.

남편 신씨는 몰랐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

모두 속였다고 생각한 김씨는 지난달 14일 청북면 야산에 들렀을 때 신용카드로 막걸리와 육포, 초콜릿을 사 내역이 남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결국 경찰이 제시한 증거 앞에 아이가 숨져 암매장했다는 사실을 지난 12일 새벽 경찰에 털어놨다.

그후로도 김씨의 거짓말은 이어졌다. 아이를 그동안 학대해 온 사실을 숨기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부검결과 폭행과 학대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오자 그제야 그동안 아이를 끔찍하게 학대해온 사실을 자백했다.

◇ “밝혀내고 싶었다” 형사가 깨트린 계모의 거짓말 = 이달 초 한 초등학교로부터 입학대상 아동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수사에 나서자마자 사라진 아이의 누나를 만났고, 그 과정에서 계모의 학대사실을 들었다.

바로 부부를 조사했다. 상당부분 사실이라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받아냈고, 수사가 이어졌다.

아이가 없어진 상태라, 혹여 숨졌을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수사한 형사는 부부를 밀착 감시하던 중 7일 오후 집에서 나와 인근 호텔에 투숙하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동반자살이다” 직감한 형사는 객실을 급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는 소주 4병과 수면유도제 90알이 있었다.

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했다.

계모의 거짓말은 대단했다. 처음엔 “아이가 집을 나갔다”고 하더니 급기야 “내가 버렸다. 술에 취해 어디에 버렸는진 모르겠다. 죽어도 살해하진 않았다”고 했다.

증거는 진술뿐인 사건이라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했던 형사는 이때부터 전방위 수사를 시작했다. 다른 부서에선 대대적인 수색도 이어졌다.

하필이면 부부의 집 근처 초등학교 앞 CC(폐쇄회로)TV에 어떤 여성과 아이가 찍히는 바람에 수색은 포승쪽 중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형사는 이들의 금융거래내역에 집중했다. 황당하게도 부부는 지난달 14일 청북면의 한 슈퍼에서 이상한 것을 구입했다.

막걸리와 초콜릿.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형사는 그 야산이 부부와 어떤 인연이 있는 곳인지 수소문해 신씨 아버지 묘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산에서 삽 2자루가 발견되자 형사는 아이가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아이가 없어진 시점이 2월 20일이 아닌 14일 이전이란 사실까지 추론했다.

형사는 12일 CCTV 영상에서 부부가 무언가를 옮기는 모습을 확보하고 추궁하던 중 “아이를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또 지난달 1일 하루 동안 아이를 욕실에 가둬놓고 찬물을 뿌렸지만 때리거나 하진 않았다는 진술도 얻어냈다.

하지만 형사는 계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살인죄 형량”을 검색해보기도 한 사실과 호텔에서 자살까지 기도한 사실을 바탕으로 무언가 더 있다는 걸 직감했다.

시신 부검 결과, 아이는 장기간에 걸친 폭행과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형사는 무려 3개월간 아이를 욕실에 가둬놓은 채 잔인하게 학대해 왔다는 ‘끔찍한’ 자백을 김씨로부터 받아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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