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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만에… 김주열 시신 옮긴 운전사 ‘눈물의 속죄’

56년 만에… 김주열 시신 옮긴 운전사 ‘눈물의 속죄’

강원식 기자
입력 2016-03-14 23:04
업데이트 2016-03-1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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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유기에 동원됐던 김덕모씨 “속죄 기회 있어 다행”… 묘에 참배

“용서하시고 천당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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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 국립 3·15묘역 김주열 열사의 묘소 앞에서 당시 김 열사의 시신을 마산 앞바다에 버릴 때 사용한 자동차를 운전한 김덕모씨가 참배하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 국립 3·15묘역 김주열 열사의 묘소 앞에서 당시 김 열사의 시신을 마산 앞바다에 버릴 때 사용한 자동차를 운전한 김덕모씨가 참배하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1960년 3월 15일, 최루탄이 눈에 박혀 숨진 김주열 열사 시신을 경찰이 유기할 당시 시신을 차로 옮겼던 운전기사가 56년 만에 김 열사 묘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속죄했다.

3·15의거 56주년을 앞둔 지난 13일 김덕모(77·창원시)씨가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 민주묘지를 찾아 김 열사 묘에 헌화했다. 김씨는 김주열 열사 시신 유기 당시 동원된 차량 운전기사였다. “이렇게라도 속죄할 기회를 갖게 돼 다행입니다” 중증 치매 증세로 치료를 받는 김씨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그날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마산의 한 사업가 운전기사였다. 그날 새벽 김씨는 “경찰을 도와주라”는 지시에 따라 경찰 세 명과 민간인 한 명을 차에 태우고 마산세무서에 도착했다. 경찰이 최루탄이 눈에 박힌 상태로 누워 있던 김주열 열사 시신을 차 뒷좌석으로 옮긴 뒤 그에게 확장 공사 중인 마산항 1부두로 가자고 지시했다.

마산항에 도착한 경찰은 공사장에 있던 큰 돌 하나를 김주열 열사 가슴 위에 올린 다음 철사로 칭칭 묶은 뒤 바다로 던졌다.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40년 전부터 매일 성당에 나가 김주열 열사를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9일 우연히 라디오에서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기획한 ‘민주성지 일일 역사 탐방 프로그램’ 관련 방송을 듣고 사흘 뒤 기념사업회 사무실로 찾아가 55년 넘게 담아뒀던 그날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살아생전에 한번은 꼭 묘에 와보고 싶었다. 이제 짐을 덜게 돼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김주열 열사는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행방불명된 뒤 실종 27일 만인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상태로 발견됐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2016-03-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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