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맡겨둔 5만원 내놔”…어수룩한 ‘복면 강도’ 덜미

“엄마가 맡겨둔 5만원 내놔”…어수룩한 ‘복면 강도’ 덜미

입력 2016-03-15 10:46
수정 2016-03-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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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담배 떨어졌다. 어떻게 하지?”

담뱃값이 떨어지자 팔 토시에 구멍을 뚫어 만든 복면을 쓰고 어설프게 강도행각을 벌인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1일 오후 7시 30분께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한 버스정류장. 해가 떨어진 어둑어둑한 시간 최모(23)씨는 버스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엔 맥가이버칼을 들고 머리에는 얼굴을 숨기려고 팔토시에 구멍 세개를 뚫어 만든 ‘복면’을 뒤집어썼다.

피해자가 저항할 것에 대비해 품속에 파스 스프레이 한통도 챙겼다.

잠시 뒤 버스 한 대가 도착했고 A(22·여)씨가 홀로 내렸다. 남자한테는 접근할 엄두도 못 낸 최씨는 여성이 내리자 기회를 잡았다.

A씨 뒤를 따라붙은 최씨는 준비한 흉기를 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꼼짝마.”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 때문에 소리를 잘 듣지 못한 A씨는 뒤에서 남자가 따라오는 것을 느끼고 줄행랑을 쳤다.

A씨가 갑자기 달아나자 최씨는 따라가지도 못하고 A씨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최씨가 내민 흉기와 복면을 못 본 A씨는 “이상한 남자가 따라온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틀 뒤인 13일 오후 10시 30분께 또다시 최씨는 익산시 춘포면 B(92·여)씨의 집에 침입했다.

최씨는 현관 앞에 놓인 여성 슬리퍼를 보고 안에 여성만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최씨는 혹시 집 안에 남자라도 있으면 낭패니 집안을 유심히 살폈다.

이날도 최씨는 팔 토시 복면에 맥가이버칼을 챙겼다.

안방으로 들어가 자고 있던 B씨를 깨운 최씨는 “엄마가 맡겨둔 5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최씨가 내민 흉기를 보지도 못한 B씨가 “요즘 몸도 아픈데 왜 이러냐. 돈이 없다”고 하자 최씨는 슬그머니 방문을 다시 열고 사라졌다.

웃지 못할 최씨의 범행은 이튿날 B씨의 집에 방문한 요양보호사가 경찰에 알려 발각됐다.

B씨는 경찰에서 “어젯밤 이상한 사람이 집에 들어오더니 ‘엄마가 맡겨둔 5만원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최씨의 모습을 확인했고, 탐문한 끝에 최씨를 붙잡았다.

최씨는 경찰에서 “용돈이 필요해서 범행했다. TV에서 복면을 쓰고서 범행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따라 했다”고 진술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15일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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