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아동학대 부르는 게임중독…“충동조절 장애로 자녀살해까지”

아동학대 부르는 게임중독…“충동조절 장애로 자녀살해까지”

입력 2016-03-16 15:57
업데이트 2016-03-16 15:5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아이 굶기면서 캐릭터 옷·장신구 사주는데 수천만원 ‘펑펑’

신원영(7)군 학대 사망 사건의 주범인 계모 김모(38)씨가 원영이가 굶주리는 중에도 모바일 게임에 4천만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나 인터넷 게임중독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게임 캐릭터 키우는데 몰두한 나머지 갓난아기는 나몰라라 방치해 굶겨 죽인 부부부터, 게임 아이템 구매에 수천만원을 낭비하면서 정작 자녀들에겐 겨울철 따듯한 옷 한벌 입히지 않은 원영이 계모에 이르기까지 끔찍한 아동 학대의 이면에는 게임중독이 감춰져 있었다.

게임산업이 1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국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가정해체를 비롯한 심각한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중독자들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지속적인 상담치료는 물론 중독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가상에 빠져 현실 속 자녀 외면

2010년 3월. 생후 3개월 딸을 숨지게 한 부부가 도주 5개월 만에 경찰에게 붙잡혔다.

김모(당시 41세)씨와 부인(25)이 친딸에게 분유를 먹이는 기본적인 육아마저 팽겨쳐버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유는 다름아닌 온라인 게임이었다.

이들 부부가 롤플레잉게임에 빠져 캐릭터에게 옷과 장신구를 사주고 육아일기까지 써주던 사이 현실 속 친딸의 젖병에 담긴 분유는 썩어갔다.

숨진 채 발견된 친딸의 사인은 ‘장기간 영양결핍으로 인한 기아사’였다.

김씨 부부가 게임중독으로 인한 육아를 방임한 것이었다면, 직접적으로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게임중독 부모들도 있다.

2014년 3월 경북 구미에서 정모(22)씨는 PC방에 가야 하는데 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생후 28개월 된 아들의 명치를 때리고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 범행 11일 뒤에는 아들 시신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인근 빌라 화단에 버렸다.

2010년 12월에는 충남 천안에서 게임 중독 여성(27)이 게임을 하는데 2살 난 아들이 방바닥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친부와 동거녀의 무자비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몸무게 16㎏의 가녀린 몸으로 집을 탈출한 인천 11세 여아의 친부(32) 역시 하루종일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는 ‘중독자’였다.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한겨울 7살짜리 원영군의 옷을 모두 벗겨 찬물, 락스 세례를 퍼붓고 화장실에 방치해 살해한 평택 계모 김모(38)씨는 모바일 롤 게임 캐릭터를 위해서는 4천만원이나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 ‘덩치 큰’ 게임시장 10조원 육박…다양한 사회병폐 야기

우리나라 게임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개발 및 유통 등 게임과 관련한 업계의 2014년 연간 총매출액은 9조9천706억원이다. 2010년 7조4천321억원 규모이던 것이 4년새 30% 가량 증가했다.

특히 아이템 구매 및 거래 시장의 성장은 폭발적이다.

국내 대표적 게임 아이템 거래업체 중 한 곳인 A사의 연간 거래액은 2002년 192억원에서 2010년 5천48억원으로 8년만에 27배 가까이 뛰었다.

개인간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는 2010년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 이후로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게임이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는 콘텐츠산업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지만, 덩치가 커질수록 다양한 사회 병폐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동학대 등 가정해체 외에도 각종 경제범죄와 강력사건, 게임중독 사망사 등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지나친 게임 몰입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시비가 붙어 현실 세계에서 폭행으로 이어지는 ‘현피(현실+PK의 합성어. PK는 플레이어 킬의 줄임말)’는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의 병폐다.

PC방에서 장시간 게임하다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은 더 이상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2014년엔 거대한 아이템 거래 시장을 노린 조직적 불법거래 일당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온라인 게임에 접속, 얻은 아이템을 거래 시장에 내놓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뒀다.

불법거래 규모만 1조원에 달했고 당시 국내 합법적인 중개업체들이 불법 거래를 방조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 중독자 충동조절 장애…지속적 상담치료 필요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자들은 충동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쉽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서미아 단국대 상담학과 교수는 “게임에 중독된 부모는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게임에만 몰두하다 보니 아이를 짐으로 여겨 학대하는 수준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충동 조절이 힘들다는 점인데, 분노를 자녀에게 표출하기 때문에 아이와 정상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단 게임에 중독되면 상담 치료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서 교수는 “대부분 게임중독자들은 자신이 중독됐다는 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며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치료하도록 옆에서 지속적으로 지지해주고 도와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한국인터넷게임중독 예방치료협회 김학권 대표는 “중독자 대부분은 무직이거나 특별한 목표없는 사람들이다”라며 “치료 후 막상 할 일을 찾지 못해 또다시 게임에 빠지는 일이 많아 사회적으로 치료후 보장 시스템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 산업을 장려만 할 것이 아니라 게임중독으로 인한 개인, 사회적 피해 회복에도 국가와 게임업체들의 책임있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