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학대로 숨진 안양의 의붓여동생도 기구한 신세

욕조 학대로 숨진 안양의 의붓여동생도 기구한 신세

남인우 기자
남인우 기자
입력 2016-03-20 18:10
수정 2016-03-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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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 전 친모의 학대로 숨진 뒤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안모(당시 4살)양만큼이나 의붓여동생(4)도 기구한 신세가 됐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엄마 한모(36)씨는 2011년 12월 청주의 자택에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을 받아 놓은 욕조에서 가혹행위를 해 안양을 숨지게 했다.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가 엄마품으로 돌아온 지 7개월만이었다. 당시 한씨는 만삭이었다. 그해 결혼한 안모(38)씨 사이에서 생긴 여아였다. 다음해 태어난 동생은 언니의 존재를 모르고 성장했다.

끔찍한 일을 숨기고 세 식구가 단란하게 살아왔지만 부모의 비정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이 아이 역시 보호시설을 전전한 의붓언니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엄마는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바로 유서를 남기고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아빠는 안양의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졸지에 부모가 모두 곁을 떠나 홀로 된 이 아이는 현재 충북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협력기관인 그룹홈에 맡겨졌다. 그룹홈은 학대를 받거나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일반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지내도록 한 7인 이하의 소규모 양육시설이다. 장기보호시설은 아니다. 이 아이는 우선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심리 상담을 받는다. 상담 결과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나타나면 전문기관의 보호를 받으며 심리 치료를 받게 되지만 정상 소견이 나오면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빠는 형제가 없는 데다 부모가 모두 돌아가셨다. 엄마는 어머니와 언니가 있는데 어머니는 80세 고령이라 아기를 돌봐주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친인척이 양육을 원치 않는다면 아이는 장기보호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이동혁 충북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현재 아이는 특별한 학대 징후 없이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다”며 “친인척들의 품으로 아이가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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