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배심원들 진지한 토론으로 내 지역 후보 선출 ‘호평’
국민의당이 ‘숙의’와 ‘경청’을 내세워 처음으로 광주에 선보인 숙의배심원단 경선이 20일 마무리된다.숙의배심 경선은 일반 유권자,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100명 안팎의 배심원단이 후보들의 토론, 발표를 듣고 숙의와 투표로 본선 진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국민의당은 18일부터 광주 5개 선거구 후보를 숙의 배심 경선으로 선출했다.
경선 시행 전 ‘100명의 선택’은 공정성 등에 대한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숙의의 효율성을 위해 소규모로 배심원단을 구성했다고 당은 밝혔지만, 소수의 주도로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 공천방식으로 절차 진행은 순조로웠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주최 측은 배심원단의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토의를 위해 선거사무소 관계자 등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전 과정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나이와 성별을 고려해 구성된 배심원들은 10명 안팎씩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내 지역 후보 선출에 신중을 기했다.
토의 시작 전 서먹함은 투표까지 4시간가량 선거구별 경선이 끝날 때는 배심원들끼리 편안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배심원들은 후보의 정견 발표, 상호 질의·응답을 듣고 숙의로 질문내용을 정리해 묻는 기회도 얻었다.
외교·안보 등 거시 담론 뿐 아니라 저출산, 육아·사회참여 등 여성문제, 청년실업,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이전 등 지역 현안 관련 질문들이 나왔다.
한 배심원은 “여기 계신 후보들의 두뇌는 대한민국 0.1%인 것 같지만, 가슴도 그 정도인 줄 모르겠다”며 “연말정산에서 기부금 공제를 얼마나 받았느냐”고 물어 후보들이 진땀을 뺐다.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은 배심원들에게 영예를 돌렸고, 탈락한 후보들은 “본선 진출자의 당선을 돕겠다”고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삼켰다.
73세라고 밝힌 한 시민은 “민주주의가 이렇게까지 발전했구나 싶어 놀라웠다”고 말했다.
당이 내건 ‘축제’에까지는 못 미쳤을지언정 진지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배심원들은 평가했다.
다만 제도가 다른 지역으로, 다른 정당으로 옮겨가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겼다.
지역의 4년을 책임질 국회의원 후보를 ‘100명의 4시간 토론’이라는 제한된 기회에 선출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그 첫 번째다.
광주 광산을 경선에서는 배심원이 55명만 참여해 대표성 논란을 예고했다.
언변, 외적 이미지, 조직력 등 영향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인기투표’로 변질할 소지도 남겼다.
휴대전화로 배심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는 선거사무소마다 ‘내 사람 심기’ 경쟁이 벌어졌다.
경선 전 배심원 참여 여부를 묻는 전화에 응대하도록 안내하고 참여가 확정되면 연락을 달라는 선거사무소 문자메시지가 대량으로 돌았다.
대다수 유권자가 정치행사 참여에 소극적인 점을 고려하면 조직력이 우세한 후보 측이 지지자들의 참여를 독려해 표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고 평가된 상당수 후보가 숙의배심에서 많은 표를 얻어 결과만을 놓고 보면 과거와 차별되지 않는 ‘미니 체육관 경선’이라는 평가도 일각에서는 나왔다.
북을 선거구에서는 숙의배심 평가, 여론조사 합산 여부를 놓고 당이 규칙을 번복하면서 한 후보가 참여를 철회해 경선이 취소된 것도 오점으로 남았다.
천정배 당 공동대표는 경선 인사말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숙의배심원제라는 새로운 경선방법을 선보였다”며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선방법이고, 가장 정의롭고 정치의식 높은 광주시민에게 잘 들어맞는 제도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참여하지 않거나 현명한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 작동되기 어려워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며 “경선을 시행한 뒤에는 역시 광주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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