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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통합공사 노동이사제 도입에 기대와 우려 교차

지하철 통합공사 노동이사제 도입에 기대와 우려 교차

입력 2016-03-20 14:24
업데이트 2016-03-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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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노동자 상생 vs 경영참여 부작용

서울 지하철 통합 공사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것을 두고 기업과 노동자 상생으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입장과 노조의 경영 참여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맞선다.

20일 서울시는 내년 출범 목표인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공사에 경영 참여형 노사관계 모델을 도입하기로 지하철 노사와 합의했다.

서울시는 2014년 말 지하철 통합혁신 구상을 발표하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공사 이사회에 비상임 노동이사 2명이 참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용역을 토대로 향후 협의해 결정한다.

이는 독일이나 북유럽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공기업에서 제도적으로 노동자를 경영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근로복지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이 법률에 근거해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지만 기관의 성격이 다소 다르다.

근로복지공단과 국민연금 이사회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에서 각각 1명과 2명이 비상임이사로 들어간다.

노동이사제는 독일에서 시작돼 현재 유럽연합 대부분 국가에서 도입했으며 미국에서도 일부 운영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노동자와 사측이 회사를 살리는 방안을 찾기 위해 도입됐으며, 기업에서 먼저 요구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2차대전 이후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 석탄, 광업, 철강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노조에 경영참여를 제안했다.

노동이사제는 주요한 이해관계자인 노동자를 기업 경영의 하나의 주체로 보고, 노동자가 미래 결정권을 갖도록 하는 취지다. 노동자 쟁의권은 현재 상황에 국한됐다는 것이다.

노동자 경영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기업에서는 파업 손실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노동자가 경영상의 문제에 관해 같이 결정해 책임을 지기 때문에 쟁의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드물어 진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통합공사 뿐 아니라 시 투자·출연기관 전반에 노동이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연구용역을 통해 장단점과 운영방안 등을 면밀히 따질 계획이다. 또, 지하철 통합공사에서 시범 운영한 뒤 결과를 살필 방침이다.

문제는 한국사회에 익숙치 않은 제도이며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쪽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며 사회 갈등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노조에서도 상생과 협력을 추구하는 대신 과도한 요구를 내세워 제도 취지를 퇴색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하철 노조는 노동이사제를 성과연봉제나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을 겨냥한 일방 취업규칙 개정 등을 제어, 저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지난해 자유경제원 토론회에서 “노동이사제와 경영협의회를 통해 단체협약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 공기업 노사관계의 정치 지향적 경향에 비추더라도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경영과 노사관계 제고 측면보다는 이들 제도를 통한 공동경영 등 생산방식 주도권 다툼 등의 노출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장 고용노동부도 서울지하철 통합공사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 투쟁 위주의 노사문화가 지배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러한 제도가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신기창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근로자의 경영 참여는 현행법에 보장된 노사협의회를 통해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노조가 회사의 고유 권한인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은 30인 이상의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노사협의회를 두도록 규정했다. 분기별로 개최되는 노사협의회에서는 인사·노무관리의 제도 개선, 근로자의 채용·배치 및 교육훈련, 고용조정의 일반 원칙 등을 협의한다.

서울시는 이런 점을 감안해 법률 검토를 철저히 해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

국내에 유사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사회 여론이 엇갈리는 부분이고 법률에 명시적으로 허용돼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도 노동이사제 도입이 현행 노동법에 어긋나는 위법사항이 아닌 만큼 당장 시정명령을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노사정 잠정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을 경우 개선토록 지도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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