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경파출소 ‘112사랑방’ 지정… 경찰 수시 방문 치안 민원 청취
“이웃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던 옛날로 돌아가자는 거죠. 무작정 순찰을 도는 게 아니라 사랑방에서 주민들의 전언을 듣고 다소나마 범죄를 예방하려는 겁니다.”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금은방 황금당에서 주인 이정운(왼쪽)씨와 문영호(가운데) 휘경파출소장, 김호준(57) 경위가 경찰 홍보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곳은 아동 학대 등을 예방하기 위해 동대문경찰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 ‘112사랑방’ 중 하나다. 지난달 18일 시작된 112사랑방은 ‘아동 학대’는 물론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주민에게서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다.
이곳 외에도 세탁소, 과자 제작 업체, 슈퍼마켓 등이 112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노인회에서 운영하는 노인 택배 업체를 추가로 지정했다. 치안 취약 지역인 서울시립대 후문의 원룸촌에서 가깝고 택배 배달을 하는 노인이 다양한 소식을 전해 줄 수 있어서다.
동대문경찰서는 30년 이상 휘경동에 거주한 사람이 운영하는 점포 5곳을 112사랑방으로 지정했다. 주민의 왕래가 잦아야 하고 재개발·우범 지대 등 치안 취약 지역과 가까워야 한다는 기준도 세웠다.
문 소장을 비롯한 휘경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순찰을 하며 매일 5곳을 모두 들른다. 문 소장은 30년 넘게 금은방을 운영한 주민 이정운(66)씨와 15분 정도 주민의 민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씨는 “37년간 이곳에 살면서 점포를 운영했는데 동네 아이가 부모에게 학대를 받거나 노인이 보이지 않으면 당연히 알게 된다”면서 “이를 경찰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112사랑방 설치가 이뤄진 뒤 한달이 지나자 효과는 쏠쏠했다. 황금당 길 건너편은 휘경2재정비촉진구역으로 주민은 떠나고 건물만 남아 있는 곳이다. 금은방 고객은 이씨에게 “밤이면 가로등도 없어서 캄캄한 재개발 지역을 다니기가 겁난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이 지역을 심야 순찰 지역으로 지정해 30분마다 경광등을 켠 순찰차가 돌아본다.
문 소장은 20일 “순찰을 통해 주민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의식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112사랑방을 10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 사진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3-21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