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 진술·친모 메모·진료기록으로 상습 학대 드러나
잦은 부부싸움과 가정의 불행이 숨진 안모(사망 당시 4살)양 탓이라는 원망이 골수 깊이 박힌 ‘편집증’ 친모는 학대를 밥 먹듯 했고, 계부는 이에 동조했다.4살배기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사체유기)로 긴급체포된 안모(38)씨가 20일 오전 청주 청원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청주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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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살까지 남의 집과 보육원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다가 친모와 한 지붕에서 산 지 8개월 만에 숨진 기구하고 가련한 안양(2011년 12월 사망)에게 ‘가족’과 함께 한 8개월은 오히려 달아나거나 벗어나고픈 지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청주 청원경찰서 중간 수사 결과 안양은 친모 한씨(36·지난 18일 사망)에게 상습 구타를 당하다 고문이나 다를 바 없는 가혹 행위로 한스러운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한씨는 보육원에서 ‘부러울 것 없이’ 잘 생활하는 친딸 안양을 집에 데려온 2011년 4월 이후 ‘학대 본능’을 드러냈다. 2010년부터 안모(38)씨와 동거 중이던 한씨는 안씨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한씨는 심한 감정의 기복을 보이며 안양을 구박하고 윽박질렀다. 미워하는 감정이 갈수록 증오로 발전했고, 가혹행위는 혹독한 구타로 이어졌다.
안양이 집에 온 뒤 남편과의 갈등과 불화가 잦아지면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자신이 불행해진 이유가 안양 탓으로 여긴 것 같다는 게 경찰 분석이다.
안양이 안씨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라는 점, 그래서 안씨의 눈치를 살피게 된 점, 안씨의 아이를 임신중이었다는 점 등 복잡한 사정이 한씨를 ‘편집증’으로 몰아넣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 것에 지나칠 정도로 혹독하게 학대한 것도 남편을 의식한 과도한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남편이 안양을 직접 혼내거나 문제 삼고, 그로인해 자신의 감추고 싶은 과거까지 들춰질 것이 두려워 의붓아버지인 남편보다 친모인 자신이 더 구박한 것으로도 보인다.
안양은 그해 5월과 숨지기 직전인 12월 11일 타박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월에는 다리를 다쳐 타박상 치료를 받았다.
한씨 메모 내용과 계부 안씨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안양의 진료가 부모의 폭행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안씨는 “아내가 아이를 미워했다. 꼭 베란다에서 벌을 세우고 밥을 굶기거나 구타를 하곤 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은 한씨가 남긴 메모 내용과 일치한다.
체벌이 지속해서 이뤄졌음을 추측할 수 있는 정황이다.
친모 한씨의 가혹행위는 안양이 숨진 날 극에 달했다.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욕조에서 아이의 머리를 3∼4차례 담갔고, 결국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안씨는 12월 20일께 아내 한씨의 가혹행위로 안양이 숨지자 집 베란다에 나흘간 놔뒀다가 24일 진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공교롭게도 안양이 부모에 의해 차가운 땅에 묻힌 날은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안씨는 “아이가 (베란다에서 벌을 받거나 맞는 게) 안타까워서 들어오라고 했다”고 했지만, 딸아이의 학대 사망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폭력을 행사한 학대의 동조자였다.
그는 안양이 숨지기 열흘 전 2차례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한씨가 메모에서 남편에 대한 증오를 나타낸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암매장 사건 이후에 쓴 것으로 보이는 한씨의 메모에서는 숨진 안양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경찰은 편집증을 앓았던 한씨가 안양이 숨진 이후 평정을 찾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점을 염두해 두고 경찰은 한씨 병원 진료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한씨는 ‘하늘에 가서 죽은 딸에게 부모로서 못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경찰은 그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공소권 없음 처리하기로 했다.
학대에 가담하고 숨진 안양의 시신을 야산에 몰래 묻었다고 진술한 안씨는 사체 유기, 아동복지법상 폭행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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