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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유승민계 연쇄 탈당’ 대구 여론 변화 신호탄 될까?

‘친유승민계 연쇄 탈당’ 대구 여론 변화 신호탄 될까?

입력 2016-03-24 15:56
업데이트 2016-03-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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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새누리당 찍을 후보 생겼다” vs “찻잔 속 태풍” 공존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에서 민심의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당 공천에서 배제된 ‘친 유승민계’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고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터져 나온 파열음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아닌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역대 선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기류 변화다. 이 때문에 정책이나 인물은 따지지 않고 여권 후보라면 무조건 지지하는 선거 풍토가 이번에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그러나 대구가 여전히 보수의 아성이어서 공천 후유증은 머잖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총선일이 임박해지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이다.

◇ “대구에도 유권자 있다”…시민 무시에 불만 팽배

시민 손모(44) 씨는 “당 내부 갈등으로 탈당한 유승민 의원이나 반사 이익으로 공천을 따낸 이재만 후보 모두 볼썽사납다. 선거에서 유권자는 안중에 없었던 만큼 주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씨는 “무슨 당, 누구 라인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그런 부분을 고민해서 투표해야 한다”고 제언도 했다.

동대구역 앞에서 만난 60대 택시기사는 현역 의원들이 공천대열에서 줄줄이 탈락한 것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유승민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연이어 무소속 출마를 하는 걸 보니 새누리당이 시민을 얼마나 무시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싶어 화난다”면서도 “새누리당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주변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정서 변화가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표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회사원 정모(55·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유 의원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유 의원이 틀린 말한 것이 없다. 국회의원이 당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로봇은 아니지 않으냐”, “건전한 비판이 용납돼야 건강하고 민주적 조직인데 조선 시대에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유 의원을 편들었다는 이유로 정치 신인들을 공공연히 잘라내는 모습은 정당이라 부르기도 아깝다”고 질타했다.

공천 지연으로 후보들의 자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불평도 나왔다. 김주학(45)씨는 “새누리당 내부 갈등으로 동구 주민은 후보 공약이나 자질을 비교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당리당략을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 대신에 국민 이익을 우선하고 의리를 지키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식당을 하는 하모(48)씨는 주호영 의원의 무소속 출마 선언에 박수를 보냈다.

“국회의원과 대구 시민을 왜 대통령한테 줄 세우려고 하느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한테 주 의원이 반기를 드는 걸 보니 속이 다 후련하다”고 말했다.

◇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다”

대구 비박계 의원들이 공천경쟁에서 무더기로 탈락하고 유승민 의원의 공천 파동까지 겹치면서 지역 여론에 변화 조짐이 생겼다. 젊은층에서는 ‘묻지마 새누리당’ 기류가 확실히 바뀌는 듯하다.

새내기 대학생 이모(20·여)씨는 “유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장면을 TV로 보는데 괜히 눈물이 났다”고 흥분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이런 상황이 정말 싫다. 유 의원 덕분에 건전한 보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바뀌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간호사 김모(35·여)씨는 유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한 것은 소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 자초지종은 모르지만, 여당 의원이 입바른 소리를했다고 궁지로 모는 걸 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동구로 주소를 옮겨서라도 유 의원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2)씨는 새누리당에 비우호적인 대학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승민 후보의 새누리당 공천 여부가 한참 동안 이슈로 떠올라 대학가에 큰 관심거리였다”면서 “젊은층에서는 유 후보계를 지지하는 쪽이 많다”

한 대형마트 계산원인 박모(48·여)씨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이색 진단을 했다.

“공천 파동과 탈당 사태로 시민의 정치 관심이 커져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다”

◇ “대구가 달리 보수의 아성이냐”

유승민 공천 여부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지리한 힘겨루기가 이어진 탓에 부정 여론이 높아졌음에도 대구의 바닥 민심에는 큰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대구가 달리 보수의 아성이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유 의원과 일부 친유승민 의원이 집단으로 탈당하기는 했지만, 무소속으로 표를 얻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새누리당에 대한 전통적 지지세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했다.

보험업을 하는 이모(49·여)씨도 공천 파문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선거 때마다 변화를 예상했지만, 대구는 항상 결과가 같았다. 당장은 시끌벅적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대구 남구에 사는 곽모(68)씨는 유승민 의원의 장기 칩거를 나무라는 주변 민심을 전했다.

“유 유원이 끝까지 버티기보다는 좀 더 일찍 탈당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보수층에서 적잖다. 끝까지 버티다 탈당했고 나머지 공천 탈락자들도 막판에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는데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선의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곽씨는 “보수층이 두꺼운 새누리당의 전통 텃밭에서 무소속끼리 뭉쳐도 새누리당의 안방에서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교사 임모(46)씨는 각종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 역시 과거 행태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민이 역대 선거에서 인물과 정당을 놓고 무엇을 골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선택 기준이 종전 선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duck@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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