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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처럼 ‘노후파산’ 현실로…파산자 4명중 1명이 60대 이상

日처럼 ‘노후파산’ 현실로…파산자 4명중 1명이 60대 이상

입력 2016-03-25 07:08
업데이트 2016-03-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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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증가 추세…“소득증대·저금리 금융·선제 신용회복 대책 필요”

남편과 사별한 뒤 세 자녀를 홀로 양육한 A(63)씨는 지인 소개로 돈까지 빌려 부동산 투자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그는 식당일을 하며 대출을 갚으려 했지만 부채는 수입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방암 진단까지 받으며 일도 할 수 없게 됐다.

소득이 사라진 A씨는 결국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법원은 올해 1월 A씨에게 파산을 선고했다.

A씨처럼 노인들이 빚에 쫓기다 파산에 이르는 ‘노후파산’이 한국에서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처음 나왔다.

노후파산은 수명이 길어진 노인들이 불안정한 소득과 병치레 등으로 경제적 곤궁에 시달리다 파산하는 현상이다. 고령화 대국 일본에선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2월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린 1천727명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428명에 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전체의 24.8%다. 50대(37.2%)보다는 적지만 40대(28.2%)와 비슷하고 30대(8.9%)를 웃돈다. 특히 노년층의 수는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라고 법원은 설명했다.

법원은 “젊은 사람들은 빚을 져도 근로 능력이 있어 벌어서 갚을 수 있지만, 노인 계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이 소득이 있다 해도 생계비 등을 제외하면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돼 파산에 이르는 사례가 많다고 법원은 전했다.

전국 최대 파산부가 있는 서울중앙지법이 연령대별 파산 통계를 낸 것은 근래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노년층 파산이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더해 과도한 자녀 사교육비 등으로 노후 대비에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현재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 충당이 여유 있다고 한 가구는 전체의 7.9%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 12.6%의 4배에 육박한다.

노인의 28.9%가 경제활동에 뛰어들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3명 중 1명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등 대부분 충분한 벌이가 못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자금이 바닥나고, 암이나 치매 등 노환을 앓기 시작하면 빚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노인의 소득을 높이고, 낮은 금리의 서민금융과 선제적 신용회복 제도로 노후파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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