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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에 들뜬 기분’…더 아찔한 외국인 음주운전

‘낯선 길에 들뜬 기분’…더 아찔한 외국인 음주운전

입력 2016-03-25 07:10
업데이트 2016-03-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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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음주사고 잇달아…“불법체류 들킬까” 경찰 매달고 도주도“법이 다르다”는 말은 핑계…주요국 음주운전 기준 강화추세

= 한류의 영향과 외국인 근로자 유입 등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이들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한국의 도로교통 상황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의 음주운전은 더 위협적일 수 있어 계도활동 등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험한 질주’…외국인 음주 사상사고 잇달아

25일 경찰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 통계를 내면서 내국인·외국인의 구분을 하지 않아 외국인 음주운전 추이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선 교통경찰 내부 보고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외국인 음주운전 단속 건수와 음주운전 사고는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20일 오전 1시40분 전남 장성에서는 30대 몽골인이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망사고를 내 경찰에 구속됐다.

취업비자로 입국해 장성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A(30)씨는 함께 일하는 몽골인 동료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승용차를 운전하다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량에 함께 탔던 몽골인 B(32)씨가 목숨을 잃었고, C(55·여)씨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A씨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60%의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3일 오전 3시 전남 나주에서는 스리랑카 국적의 D(23)씨가 만취상태에서 차를 몰다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조수석에 탄 스리랑카인 한 명이 숨지고 다른 동승자가 중상을 입었으며, D씨도 부상해 병원 신세를 졌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아찔한 음주운전 사례도 있다.

중국 국적의 Q(44·여)씨는 지난 1월12일 오후 11시15분께 혈중알코올농도 0.112%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카니발 차량을 몰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조사결과 Q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출발해 경기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까지 무려 20㎞가량을 인사불성 상태로 질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 “불법체류 드러날까 두려워”…경찰관 매달고 도주·뺑소니도

사고를 내고 도망가거나 단속하는 경찰관을 치고 달아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달 6일 오전 0시40분께 광주 서구 유덕동에서는 불법체류 중국인 E(42)씨가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관의 하차 요구를 거부하고 경찰관을 운전석에 매단 채 100m가량 도주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의 추적 끝에 1시간여 만에 붙잡힌 E씨는 면허 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64%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E씨는 경찰에서 음주운전과 불법 체류 사실을 들킬까 봐 겁이나 달아났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류모(30)씨가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택시를 들이받고 뺑소니를 쳤다. 류씨는 교통신호를 무시하며 약 1㎞를 도주하다 추격해 온 택시기사와 경찰에게 붙잡혔다.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 농도 0.097%였던 류씨는 경찰이 작성하던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를빼앗아 찢는 등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함께 대학을 졸업한 친구를 만나러 방한한 류씨는 결국 이 사고로 구속돼 계획한 날에 출국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서울 이태원과 지방 등 외국인이 많거나 미군 부대가 있는 지역에서도 외국인 음주운전 사례는 심심찮게 보고된다.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는 이달 5일 새벽 주한미군 소속 H(43)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75% 상태에서운전하다 경찰의 음주단속에 불응해 200m를 달아나다 붙잡히는 등 미군의 음주운전 사례도 잊을만 하면 들려온다.

외국인 거리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황동 김해도서관 앞은 이달 2일 새벽 모로코 국적 F(24)씨가 혈중알코올 농도 0.086%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됐다. 6일 저녁에는 베트남 국적 G(20)씨가 혈중알코올 농도 0.090%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되는 등 외국인 음주운전 다발 지역이다.

◇ “불법인지 몰랐다…” 핑계 불과…대부분 국가서 음주운전 강하게 단속

“음주단속에 적발된 외국인 중에는 한국법이 자기 나라 법과 다르다며 죄가 되는 줄 몰랐으니 한 번만 봐달라고 불쌍한 표정으로 사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사정은 변명이나 핑계일 가능성이 크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등에 따르면 선진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을 엄격히 하며 관련 기준도 강화하는 추세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음주운전 제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 등을 제외하면 과거 이들 국가의 음주운전 기준은 0.08%였지만, 최근 수년 새 이 기준을 0.05%로 강화했다.

일본은 2002년까지 0.05%이던 이 기준을 0.03%까지 강화했다. 이미 1990년부터 혈중알코올농도 0.02%를 기준으로 단속·처벌했던 스웨덴을 비롯해 러시아와 폴란드도 0.02%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02%는 소주 1∼2잔을 마셨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수치로, 운전대를 잡으려면 아예 입에 술을 대지도 말라는 의미다.

쿠웨이트, 이란 등 중동 국가 상당수는 음주운전을 아예 전면 금지하고 있다.

부정부패 관습이 남아 있어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 돈을 주고 음주단속을 무마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역시 불법행위이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음주운전 단속·처벌 기준은 내국인에 적용하는 기준과 다르지 않다.

다만, 국제운전면허는 취소 처분이 되지 않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는 기간은 면허증을 회수해 보관한다. 면허기간이 종료되거나 출국할 때는 당사자에게 이를 반환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은 선진국을 비롯해 어느 나라나 금지하는 범죄”라며 “공항과 렌터카 회사 등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음주운전금지 등 한국의 교통법규를 알리는 캠페인 등을 통해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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