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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막걸리·얼차려·빗나간 음주문화로 멍든 상아탑

오물 막걸리·얼차려·빗나간 음주문화로 멍든 상아탑

입력 2016-03-27 17:27
업데이트 2016-03-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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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대학에서 신입생을 상대로 한 선배들의 가혹행위가 잇따라 발생해 상아탑의 부끄러운 민 낮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액땜 행사와 전통을 빙자해 신입생에게 오물 막걸리 세례를 하고, 일명 머리 박기 ‘원상폭격’을 시키는 군대 뺨치는 가혹행위도 일어났다.

선후배의 엄격한 위계질서 속 강요된 음주는 신입생의 목숨도 앗아갔다.

◇ 오물 막걸리 세례·“머리 박아” 원상폭격

부산 모 대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동아리 선배들은 지난 11일 고사를 지낸 뒤 신입생들을 강의실로 집합시켰다. 선배들은 바닥과 천장에 비닐을 미리 깐 뒤 그곳에 신입생 10여 명을 도열시켰다.

그러더니 고사를 지내고 남은 두부와 김치를 막걸리 안에 넣고 흔들어 신입생 머리에 차례로 끼얹기 시작했다.

선배들은 이렇게 하면 1년 동안 동아리에 액운이 끼지 않는다며 핑계를 댔다.자신들이 신입생 때 당했던 행동들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1년 뒤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돌려줬다.

피해자 가족의 폭로로 이뤄진 막걸리 세례 논란은 현재도 추가 정황이 드러나며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군대 뺨치는 얼차려를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 수십 명을 엎드려 뻗치기 시키고, 땅 위에 머리를 박는 ‘원상폭격’ 얼차려를 수차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 선배들은 신입생이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하고, 독특한 방식의 인사 강요,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각종 이해하기 힘든 ‘군기 잡기’도 여러 차례 했다.

◇ “부어라. 마셔라” 사망사고 부른 빗나간 음주문화

지나친 위계질서 탓인 가혹행위도 문제지만 대학가의 빗나간 음주문화는 사망사고까지 불러 일으킨다.

지난 22일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는 선후배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신입생 A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전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구토를 하는 등 괴로워하다가 잠든 뒤 깨어나지 못했다. 경찰은 토사물이 A씨의 기도를 막아 A씨가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음주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도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 과음한 한 학생이 계단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보건협회는 2006년 이후 10년간 새 학기 대학생들의 음주 사망자가 22명에 이른다고 파악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술에 익숙지 않은 새내기들이 자신의 주량을 모르는 상태에서 선배들의 강권에 주는 대로 마시다 보면 불의의 사고가 나기도 한다”면서 “대학의 빗나간 음주문화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생 스스로 문화 개선하도록 유인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신입생 가혹행위나 빗나간 음주문화 근절을 위해서는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인식을 바꾸는 방법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한다.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1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뒤 교육 당국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등에 상당 수준까지 개입하고 있지만, 학내 자율화 문제 때문에 지나친 간섭은 힘든 상황이다.

또 공식적 행사 외에도 개강 파티 동아리 소모임 등 비공식적 행사가 많아 일일이 규제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안진걸 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요즘 일어나는 일련의 대학가 사고를 보면 대학가 문화가 전반적으로 후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학내 자율화를 요구한다면 지금 잘못된 문화에 대해 성찰을 해볼 때”라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성인이 된 학생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을 하면서 가르칠 수 없다”면서 절주를 선언한 동아리에는 운영지원비를 지원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 전략으로 학생들이 술 문화를 고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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