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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문의 진단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위법”

법원 “전문의 진단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위법”

입력 2016-03-31 13:56
업데이트 2016-03-3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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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전문의만 있으면 강제입원 가능한 제도에 엄격한 기준 제시

보호자의 동의만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에 법원이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정재우 판사는 자신의 의사와 달리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A씨가 청구한 인신보호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부모의 동의에 따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됐다. 그는 입원을 거부했지만 사설 응급업체는 몸을 묶어 A씨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 2명 이상이 동의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입원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고 즉시 수용을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A씨가 병원에 강제로 옮겨진 뒤에야 의사에게서 진찰을 받은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앞서 대법원은 2001년 전문의가 먼저 정신질환자를 만나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는데도 당사자가 거부하는 경우에만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지인인 정신병원 직원을 통해남편을 강제로 입원시킨 50대에게 폭력행위 처벌법상 감금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정 판사는 이 판례를 인용하며 “사설 응급업체 직원이 A씨를 결박해 병원으로 옮긴 행위는 전문의가 대면진찰을 하기 전에 이뤄졌다”며 “정신보건법이 허용하는 행동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가 자해하거나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높지 않았고 의사나 경찰관의 동의도 받지 않았던만큼 응급입원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응급입원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강제로 입원시키는 절차다.

법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사설 응급업체를 통해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병원에 옮기는 행동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며 “위법한 절차를 거쳐 이송된 경우 뒤늦게 입원 조건을 갖춰도 위법한 수용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신체의 자유는 다른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자유의 기초가 되고 인간 존엄의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이를 제한하는 제도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각종 절차적 요건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제입원 제도는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의사 1명의 진단만으로 최대 6개월 동안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어 꾸준히 문제점이 지적됐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가 접수한 전체 진정 사례 1만여건 중 정신병원 관련 사건은 18.5%를 차지했다.

국가인권위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의심받기만 하면 강제로 입원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지난해 7월 이 제도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 헌재는 2014년 6월 정신보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접수해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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