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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가 성매매로 내몰아…‘죄와 벌’ 소냐 처벌할 수 있나”

“사회구조가 성매매로 내몰아…‘죄와 벌’ 소냐 처벌할 수 있나”

입력 2016-03-31 16:32
업데이트 2016-03-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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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도덕관 강제할 수 없다” 성매매 처벌 소수의견

위헌심판대에 올랐던 자발적 성매매 처벌 조항은 합헌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달라진 사회 가치관을 반영한 소수의견은 여전히 진행중인 성매매 처벌 논쟁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전망이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31일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취지대로 자발적 성매매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 애초 입법목적과 달리 성매매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자발적 성매매 여성도 사실상 피해자라는 이유에서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빈곤 등이 결합된 복합적 문제”라며 “성이 상품화된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가 성판매자들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다”고 봤다.

성매매의 본질은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 여성은 이런 사회구조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세계적 흐름도 마찬가지이므로 형사처벌 대신 보호와 선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구조적 문제 때문에 성매매를 계속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방식으로 성매매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두 재판관은 ▲ 성매매 장소나 지역 출입금지 ▲ 보호관찰 ▲ 사회봉사·수강명령 ▲ 성매매피해 상담 ▲ 전담의료기관 치료위탁 등으로 성매매 여성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며 성매매 근절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제안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 판매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는 “성판매자 비범죄화를 택한 스웨덴에서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성구매자도 처벌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전부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성매매는 일종의 자유 거래이고 규제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해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조 재판관은 “성매매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악이 되지 않고 결혼이나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성행위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도 아니다. 성매매 수요와 공급은 항상 있어왔고 그래서 성매매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재판관은 건전한 성풍속·성도덕이라는 관념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고 봤다. 성매매 처벌을 특정 도덕관의 강요로 판단하면서 “나아가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라는 부정적 평가 및 여성의 정조라는 성차별적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남녀평등 사상에 기초한 헌법정신과도 합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재판관은 생계 때문에 성매매에 나선 여성을 보호하기는 커녕 형사처벌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폭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딸이자 누이이며 자매인 ‘영자’(영자의 전성시대), ‘판틴’(레 미제라블), ‘소냐’(죄와 벌)가 성매매죄로 처벌받는다고 가정해보라. 수긍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재판관 3명의 위헌의견은 2012년 12월 성매매 장소제공 처벌 조항을 합헌 결정하며 내보인 견해에서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을 내며 “외관상 강요된 것인지를 불문하고 성매매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3명 가운데 조용호 재판관을 제외한 2명은 그때도 심리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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