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전사 출신 모집총책 등 570여명 수사 계속
육군 특수전사령부 대원들이 허위 후유장해 진단을 받아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사건은 보험 모집책과 병원 브로커들이 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한 범행이라는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방부 조사본부 등 관계기관과 공조해 현재까지 상습사기 등 혐의로 황모(26)씨 등 보험 모집인과 브로커 23명을 검거, 모집 총책인 황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 중 황씨 등 모집책과 브로커 22명은 2012년 12월부터 현역 특전사 대원 등에게 접근, 군 복무 중 보험을 여러 개 들게 하고 브로커를 통해 병원에서 허위 영구후유장해 진단을 받아 보험금 23억원을 부당 수령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팀장 격인 황씨를 중심으로 보험 대리점을 차리고 함께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22명 중 황씨를 비롯한 16명이 특전사 예비역으로, 실제 자신들도 이런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낸 전력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과거 근무한 부대를 찾아가 후배들에게 “군 복무 중 다칠 위험이 크니 보험에 가입하면 전역 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해서 지금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등으로 꾀어 보험 가입을 유도했다.
가입자들은 황씨 등의 지시에 따라 소속 부대에서 공무상병인증서를 발급받아 군 병원이나 일반 병원에서 치료나 수술을 받고 나서 병원과 연결된 브로커를 통해 의사로부터 영구후유장해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보험 가입 전 다쳤거나 앓고 있던 질환이 마치 가입 이후 발생한 것처럼 조작한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받은 보험금 가운데 15∼20%는 보험 모집인과 브로커에게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의사 23명이 진단서 발급비용 외에 건당 30만∼50만원을 받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일부 의사는 엑스레이 촬영조차 하지 않고 문진만으로 진단서를 내주기도 했다.
브로커가 엑스레이 촬영실에 함께 들어가 피보험자의 관절을 잡아당겨 실제로 장애가 있는 듯 보이게 하는 수법으로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 브로커들은 가입자에게 의사 앞에서 장해가 있는 양 ‘연기’하는 방법을 미리 교육하기도 했다.
가입자 가운데는 영구후유장해로 보험금을 받고 나서 경찰, 해양경찰, 소방관 등으로 취업한 이들도 61명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해당 직종에 임용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황씨 일당 외에 이런 수법으로 보험 가입자를 유치해 보험금을 타내게 한 일당이 더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황씨 등 13명으로부터 경찰 수사 무마 명목으로 2억7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황씨의 친척 이모(56)씨도 구속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돈은 받았지만 다른 용도로 썼고 실제 로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으나 경찰은 통화내역 조회 등을 통해 로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현재 황씨 일당을 포함, 보험금을 타낸 특전사 대원들과 각 군 일반병종 전·현직 장교·부사관 등 531명, 돈을 받고 허위 장해진단서를 발급해 준 의사 23명 등 모두 579명을 수사선상에 올린 상태다.
수사 대상이 된 전·현직 군인 531명에게 지급된 보험금 총액은 179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입자 가운데는 최고 2억1천만원까지 보험금을 타낸 이가 있었고, 장해를 이유로 국가유공자나 장애인으로 등록한 사람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수부대 내에 이같은 보험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며 “군 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계 당국과 공조해 계속해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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