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 댐 방류 1∼2일 전에 통보해 줬으면…”
“올해 황복과 새끼뱀장어 조업은 힘들다고 봐야지 뭐…”임진강 상류 경기도 연천군의 어민 유재학(63) 씨의 말이다.
북한이 지난 16∼17일 통보 없이 두 차례 황강댐을 방류해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어민들이 생계수단인 어구를 미처 거둬들이지 못해 강물에 떠내려 보낸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17년째 연천지역 임진강에서 조업해온 유 씨는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군남홍수조절댐이 수위조절을 위해 지난 17일 수문을 열고 평소보다 많은 물을 내보냄에 따라 17∼18일 조업을 못 했다. 18일 오전 임진강의 물이 빠지자 그물 확인을 위해 강을 찾은 유 씨는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뱀장어와 쏘가리 메기 등을 잡기 위해 설치해 놓은 강망 5개와 통발 110개가 물에 다 떠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는 “연천지역 임진강 상류에서 어민 14명이 어획 활동을 하는데 오늘 확인한 피해만 강망 45개, 통발 870개, 어선 1척이었다”며 “피해는 조금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진강 하류인 파주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장석진(53) 파주 어촌계장은 “요즘이 황복과 새끼뱀장어 산란 철로 어부들에게는 한창 바쁠 시기인데 올해 (황복·새끼뱀장어) 조업은 다 틀렸다”며 “황복이 매번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조업을 못 하는 만큼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주말까지 임진강에 그물 8개를 치고 황복과 새끼뱀장어를 잡아 하루 평균 1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오후 확인한 결과, 8개 그물 중 7개가 떠내려가고 1개만 남아있었다.
임진강 하류에서는 4월 초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황복과 새끼 뱀장어 조업이 이뤄진다. 어민들은 주 소득원인 황복과 새끼 뱀장어가 한창 나오는 이 시기에 북측이 댐 방류를 하면서 큰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다.
어구가 떠내려가면 찢어진 그물을 건져내고 새 그물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보통 보름씩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아예 어업 활동을 못 한다.
장 어촌계장은 “지금 당장 황복과 새끼 뱀장어 어획을 위한 그물을 살 곳도 없다”면서 “지역마다 어획 방법과 그물 구조가 틀려 올해 어획은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민들이 입은 피해보다는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댐 방류 1∼2일 전에 미리 통보해 줘 어민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며 “내일 어촌계원들의 정확한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임시 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통보 없이 지난 16일 오후 10시 50분과 17일 오전 1시 두 차례 걸쳐 황강댐에서 초당 400t가량의 물을 방류했으며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은 이에 17일 오전 1시께부터 군남댐 수문을 열고 초당 500t의 물을 내보냈다.
북한은 지난 15∼16일 임진강 상류 북한지역에 100㎜가량의 많은 비가 내려 방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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