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인지하고도 상영중단 안했다”며 고객 분통
강남의 한 빌딩에서 화재가 났지만 이곳에 입주한 유명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고객들을 늑장 대피 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20일 오후 1시 12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12층짜리 빌딩 11층에서 불이 나 27분만에 꺼졌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화재 발생층 주변인 9∼12층에서 40여명이 대피했다.
불은 병원들이 입주해 있는 11층 야외 테라스 옆의 간이 창고 일부를 태우고 약 900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냈다. 연기가 많이 났지만 다른 층으로 유입되지는 않았다고 소방서는 전했다.
이 건물의 대부분은 성형외과 등 병원이 입주했고, 지하와 2∼4층에 압구정 CGV 영화관이 3개 관 규모로 입주해 있다.
영화관측은 화재 발생 6분 뒤인 오후 1시 18분께 연기가 나는 것을 본 관객 제보로 화재를 인지했고, 7분 뒤인 오후 1시25분 대피 결정을 내렸다.
영화관은 3개관 중 2개관의 영화 상영을 중단하고 70여명의 관객들을 대피시켰지만, ‘캡틴 아메리카’ 영화가 거의 끝나가던 한 상영관의 경우 대피령을 내리지 않고 끝까지 상영을 했다.
해당 상영관의 엔딩 크레딧은 오후 1시 34분께 올라가기 시작해 오후 1시 39분에 끝났고 이곳에 있던 관객 20여명은 밖으로 나와서야 불이 났었음을 알게됐다.
한 관객은 “영화를 끝까지 보고 밖에 나와서야 불이 났었고 진화됐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화재 사실을 알았다면 영화를 보며 앉아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영화관측 태도를 비판했다.
영화관 측은 “큰 화재는 아니었지만 고객 안전을 위해 대피 결정을 했다”며 “대피결정을 한 시간과 해당 상영관의 종영시간이 거의 비슷했고 육성으로 순차적으로 대피 안내를 하는 사이 상영관 영화가 끝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출동 후 진화를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건물 측에 안내 방송을 지시했는데, 대피 안내의 경우 화재 규모가 크지 않아 주변 층 이외에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건물에 입주한 병원 측은 “화재 당시 건물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었다”고 말했지만 영화관에서는 안내방송이 없었다.
영화관 관계자는 “건물 일부 층만 쓰고 있고 건물 측에서 안내방송에 대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실제 안내방송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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