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개편 갈등 불씨는 ‘경기도 꼼수·행자부 방관’

지방재정개편 갈등 불씨는 ‘경기도 꼼수·행자부 방관’

입력 2016-06-13 07:20
수정 2016-06-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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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다른 시도로 갈 교부세 흡수하려 ‘부자市’에 특혜

시·군 간 재정의 ‘부익부 빈익빈’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법령 개정에, 지방재정을 하향 평준화하는 ‘개악’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 3년 만에 되풀이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4월 발표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 방침은 2013년 4월 입법예고하고 같은 해 9월부터 적용된 이 법령 개정안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재정 수입이 쓸 곳보다 많아 중앙정부로부터 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인 경기 6개시(수원·성남·화성·용인·고양·과천) 시장들의 반발과 이 지역 사회단체가 참여한 철회 촉구 결의대회, 1인시위 등도 3년 전과 판박이다.

이처럼 똑같은 법령 개정과 6개시의 반발이 재현된 주요 원인은 경기도의 꼼수와 행자부의 방관으로 풀이된다.

경기도는 3년 전 법령 개정에 따라 2014년 조례를 바꾸면서 도내 재정 형평성 강화보다 다른 시도로 갈 교부세를 흡수하려는 목적으로 개정하는 꼼수를 부려 6개 시의 기득권이 그대로 지켜졌다.

그런데도 행자부는 법규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는 이 조례를 올해 초에야 뒤늦게 알고서 전혀 다르지 않은 법령 개정안을 다시 내놨다.

다만 이번에는 행자부가 형평성 강화 대상에 법인지방소득세도 끼워 넣었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체장으로서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첫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의 강도가 커져 사태 해결이 3년전과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경기도 “他시도로 교부세 유출 막자”…시행령서 폐지된 특혜 조례로 살려

13일 경기도의회와 행자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4년 11월 26일 열린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안건인 ‘재정보전금 배분 조례 개정안’에서 불교부단체 6개시가 재정보전금에 기여하는 몫의 90%를 우선 가져가도록 조례를 만든 이유는 교부세를 다른 시도로 유출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황성태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재정보전금 제도는 행자부에서 자치단체에 교부하는 보통세하고 충돌이 되도록 되어 있다”며 “도 입장에서는 우선배분 비율을 조정하면서 90% 이하로 했을 때 보통교부세가 타 시도로 유출되는 것을 우선 막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경기도가 지방세인 도세를 도내 31개 시군에 나눠줄 때 형평성을 키우는 것보다, 시행령 개정으로 중앙정부가 시도에 나눠주는 교부세가 경기도는 줄고 다른 시도는 늘어나게 되자 이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조례를 개정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2013년 9월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경기도를 제외한 시도는 교부세가 늘어날 수 있었지만 경기도의 ‘90% 특례 조례’로 실현되지 못했다.

교부세의 재원은 ‘국세의 19.24%’로 한정됨에 따라 어느 시도가 가져가는 비율이 전년보다 높아지면 다른 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타시도의 교부세 수입 증가를 막으려고 경기개발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연구원은 불교부단체 6개 시에 우선 배분하는 재정보전금 비율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90%로 해야 타시도로 교부세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이 비율을 45%로 설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2012년 기준으로 경기도는 교부세 2천539억1천만원이 줄고 다른 광역시·도는 모두 교부세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교부세 유출 방지 목적을 달성하고자 경기도의회는 6개시에 재정보전금(현재 용어는 조정교부금)을 우선 배분하며 기여액의 90%를 주는 조례를 의결했다.

이 조례에 따라 경기도가 나눠주는 조정교부금 가운데 6개 시가 가져간 비율은 지난해 52.6%로 시행령 적용 이전인 2013년 52.8%, 2014년 52.9%와 거의 같았다.

즉 불교부단체 6개시는 해당 시가 조성한 조정교부금액에서 10%는 해당 시군도 받는 시책보전금이므로 우선 배분받을 수 있는 최대치인 90%를 가져가는 기득권을 유지했다. 교부단체 25개 시군에는 조성액의 60% 이하 수준으로 배분되는 시군 간 격차는 그대로였다.

이처럼 25개 시군의 불이익에도 당시 경기도의회에서는 이 조례에 반대하는 도의원들이 거의 없었다.

이는 교부단체인 25개 시군이 도에서 받는 조정교부금이 늘수록 정부로부터 받는 교부세가 줄어 전체 재정 수입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도가 보조금 규칙을 개정해 25개 시군에 보완책을 약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다른 시도보다 재정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기도는 특별재정보전금을 폐지한 지방재정법 시행령의 취지를 무력화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의 교부세 수입 증가도 저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는 “경기도의 조정교부금 우선배분 특례제도는 경기도 내에서 시군 간 재정력 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나아가 타시도로 배분돼야 할 지방교부세의 보통교부세 재원이 경기도로 흡수되는 역재배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런 경기도의 전략적 행동의 결과는 지방재정법 3조에서 천명한 ‘다른 지자체의 재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행자부, 지방재정 정책에 ‘허점’…‘법 위배 조례’도 몰라

경기도가 지방재정법에 어긋나는 이런 조례를 만들었지만, 행자부는 1년 넘도록 알지 못하다가 올해 초에야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지방재정 정책 추진에 허점을 보였다.

2013년 9월에 개정된 시행령은 특별재정보전금은 폐지하고 경기도 불교부단체의 재정보전금이 조성액보다 적을 경우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우선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경기도가 2014년 ‘90% 우선 배분 조례’를 만들었지만 행자부가 이를 알게 된 것은 올해 초 2015년도 잠정결산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행자부 관계자들은 시인했다.

행자부는 개정안 통과 당시에 낸 보도자료에서 일반재정보전금의 배분 기준도 재정력이 약한 시군에 유리하도록 바꿨다며 “전국 158개 시군 가운데 재정이 어려운 113개 시군의 재정보전금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으나, 실제 경기도의 시군 간 격차는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행자부는 3년 전에 했던 입법예고로 시행령이 마련됐지만 같은 목적으로 같은 내용의 입법예고를 다시 하기로 했다.

행자부 관계자들은 당시 시행령 개정안에 6개시 시장들이 강하게 반발해 2015년 1월부터 시행하도록 유예기간을 뒀으며, 그 사이 행자부 담당 실장과 국장, 과장, 사무관 등이 바뀌어 조례 개정 과정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정순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연초 잠정결산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내부 논의 등을 거쳐 4월국가재정전략회의에 개정 방침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행자부가 이번에 발표한 조정교부금 특례 폐지 방침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6개시가 지난해 경기도 조정교부금의 52.6%(1조4천억원)를 받았던 것이 내년에는 32.9%(8천751억원)로 줄고, 남은 5천244억원은 25개 시군에 재배분될 수 있게 된다.

행자부는 2013년 입법예고에서는 특별재정보전금 제도를 폐지한 충격을 완화하고자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지만 올해는 아직 재정충격 완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행자부는 조정교부금 외에도 시군의 수입인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을 도의 공동세로 바꿔 도내 시군에 나눠주는 방안도 내놨다.

지난해 법인지방소득세 증가액은 화성이 1천40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867억원, 2위), 용인(485억원, 4위), 성남(321억원 5위) 등 상위 5위에 경기 불교부단체 4개시가 포함됐다.

이들은 조정교부금 특례도 없어지고 법인지방소득세의 일부도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 3년 전보다 반발의 강도는 훨씬 커져 시장들은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달 청와대를 방문해 “지방재정개편안으로 경기도는 3천억원의 보통교부금이 타 시도로 넘어간다. 역외유출을 막아달라”고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에게 호소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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