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경제계 “어려운 시기 대화로 풀어갔으면”…노조도 ‘신중’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데다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파업 찬반투표에 앞서 쟁의발생을 결의할 것으로 예고되자 지역 주민들과 경제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조선업 불황 등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거제와 울산 지역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와중에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지역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조선업이 ‘수주 제로(Zero)’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가야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대우조선 노조는 13일 오전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가 14일 오후 마무리한다.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와 총고용 보장을 위해 찬반투표에 나섰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투표가 마무리된 이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에 제출된 자구계획안이 노조원들에 대한 일방적인 고통 분담 만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기 위해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을 접한 거제시민들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대우조선과 인접한 장승포 한 횟집 주인은 “요즘들어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이런 시기에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최고경영자 등의 잘못도 큰 만큼 노조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도 “현 지역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파업은 곤란하다. 노사가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원경희 거제상공회의소 회장은 “노조로서는 현 상황에 대해 노조원들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대우조선 노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사업장이 다시 엄청난 규모의 적자 늪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경영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큰 분위기다.
노조 측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듯 찬반 투표에서 가결되더라도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향후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노조의 방침으로 알려졌다.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여의치 않자 오는 17일 울산 본사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을 위한 임단협 쟁의발생을 결의한다.
노조는 이번 주 쟁의발생 결의를 한 데 이어 다음주중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기로 했다.
현대중 노조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교섭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노사협상 책임자인 사장이 직접 교섭장에 나오지 않으면 법 절차에 따라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쟁을 결의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측은 회사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하는 것은 경영 정상화나 임직원 고용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지난달 10일 울산 본사에서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한 뒤 지난 7일까지 모두 9차례 교섭했다.
노조는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임금 9만6천712원 인상(호봉 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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