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호 선원, 비인격적 대우에 선장·기관장 계획살해

광현호 선원, 비인격적 대우에 선장·기관장 계획살해

입력 2016-07-01 15:29
수정 2016-07-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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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일 서툴다고 욕설·구박당해”…술 마시고 조타실·선실서 칼 휘둘러

선상 살인 사건을 벌인 광현 803호 베트남 선원 2명은 평소 일이 서툴다며 자신에게 비인격적인 대우를 했다는 이유로 선장과 기관장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국내로 압송된 베트남 선원 B(32), V(32)씨는 1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지법 251호 법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부산해양경비안전서(해경) 수사관과 부산지검 검사가 직접 참석해 이들의 살인혐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구속 당위성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B씨 등이 지난달 19일 오후 11시께 인도양 세이셸군도 북쪽 640마일 해상 광현호에서 조타실에 혼자 있던 선장 양모(43)씨의 목과 배 등을 참치처리용 칼로 수차례로 찔러 살해했다고 밝혔다.

B씨 등은 이어 조타실과 중앙 통로로 연결된 침실에서 자던 기관장 강모(42)씨의 목과 팔, 다리를 마구 찔러 숨지게 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몸 여러 곳을 흉기에 찔린 양씨와 강씨는 피를 많이 흘리고 장기가 손상돼 숨졌다.

해경 조사 결과 B씨 등은 평소 작업이 서툴고 느리다는 이유로 선장과 기관장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구박을 당한 데 앙심을 품고 몰래 배로 반입한 양주 2병을 나눠 마시며 범행을 공모한 뒤 살인을 저질렀다.

사건 당시 이들은 만취 상태였다.

특히 이들은 선장과 기관장으로부터 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멱살을 잡히기도 했고, 고향으로 돌려보낼 테니 동의서를 쓰라고 겁박을 받기도 하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300∼400t급인 참치잡이 원양어선과 달리 소형 선박인 광현호는 30∼40일 주기로 세이셸 빅토리아 항을 모항으로 삼아 어획한 참치를 내려놓고 식량이나 연료를 보충해 재출항해 왔다.

B씨 등은 숨진 기관장과는 1년 이상, 조업부진으로 올해 4월 교체된 선장과는 2개월가량 함께 생활해 왔다.

해경과 검찰은 “피의자들이 범행을 은폐하려고 서로 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구속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부산지법 김상윤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질문에 B씨는 “그렇다”고 답했지만, V씨는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V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서 공모 여부를 밝히는 것도 새로운 과제가 됐다.

영장실질심사는 30여 분만에 끝났고, 피의자들은 다시 부산해경 유치장에 입감됐다.

부산지법은 이날 오후 3시 10분께 ‘범죄가 소명되고 범죄 결과가 중하며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베트남 선원들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B씨와 V씨를 상대로 살해 동기, 공모·공범 여부 등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해경은 이와 함께 목격자·참고인 진술, 현장 감식과 증거물 분석 결과 등을 비교하고, 필요하면 피의자·참고인 대질심문도 해 망망대해에서 발생한 선상살인 사건의 조각난 퍼즐을 맞출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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